광명경륜 질풍금룡대 1권

환혼대법(還魂大法)

"나으리, 아뢰올 말씀이 있사옵니다."

결코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장정의 음성은 경직되어 있었

다. 대문을 열고 대청까지 단숨에 달려온 장정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조금은 당황한 듯했다. 그의 비범해 보이는

자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긴장이었고, 그만큼 중요한 일인

듯 싶었다.

"무슨 일이더냐?"

방 안에서 흘러나온 음성은 청수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듯한 목소리는 방 안의 사내가 많은 수양을 쌓았다는 것

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었다. 장정은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보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성계 장군이 요동 정벌을 포기하고 회군(回軍)하였다

하옵니다."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장정으로서는 이 일 자체가 갖는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뭣이라고! 그게 정말이더냐?"

뜻밖이라는 목소리라기보다는 우려했던 사건이 터지고

야 말았다는 음성이었다. 방 안의 사람은 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계산을 조금은 염두에 두었던 듯싶었다. 그

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놀라움을 감추지는 못하

고 있었다.

"확실한 소식입니다. 막 관서(官署)를 정탐하고 돌아오

는 길입니다."

고려의 도성(都城) 일본경마사이트 【 S U N M A . M E 】 개경(開京)에 인접한 개풍부(開豊府)

예성강(禮成江) 기슭. 야트막한 강 언덕 위로 무성히 자란

소나무 일본경마사이트 【 S U N M A . M E 】 숲 안에 낡지만 제법 널찍한 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비록 구십구칸의 대갓집은 아니지만 날아갈 듯한

추녀와 단채(單彩) 입힌 서까래만으로도 이 집의 녹록치

않은 내력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집의 대청 마루 앞에는 다소 마른 몸집이었지만

눈매가 범상치 않은 40대의 장정 하나가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꾹 다문 입매에는 어딘가 모르게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일본경마사이트 【 S U N M A . M E 】 잠시 후 굳게 닫혀 있던 안방 문이 열리

고 작은 키에 눈이 부리부리한 사내가 나타났다. 수수한

무명옷 차림을 한 왜소한 몸집의 평범한 남자였지만 전신

에서 일본경마사이트 【 S U N M A . M E 】 뿜어져 나오는 기도(氣度)가 결코 만만하지는 않은

듯했다.

언뜻 보기에 30대로 보였지만 실제 나이는 쉰넷에 이른

중년이었고 이름은 박우립이었다. 그는 쉰셋의 이성계보

다 한 살이 많았지만 오래 전부터 사귀어 온 친구 사이였

다.

둘의 스승이 친형제 이상의 우정을 나누었기에 둘은 자

연스레 가까운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얼마나 믿었고 얼

마나 의지했던 친구인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친

구에게는 가슴속으로부터 꿈틀거리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름대로 경계해 왔던 터였다. 그러나 박우

립 또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성계의 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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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하던 차였다. 하지만 결국 그 우려가 진실로 나타나

는 순간이었다.

사내는 방문을 열고 나와 넋을 잃은 듯 버선발로 마당

에 내려섰다. 그리고 이미 어둠이 완연한 밤하늘에 물끄

러미 눈길을 돌렸다. 만월에 가까운 밝은 달과, 그 빛에

숨을 죽인 무수한 별들이 나란하게 광활한 하늘을 채색하

고 있었다. 휘영청 밝아 있는 달의 높이로 보아 자정이 조

금 넘은 시각인 듯했다. 그가 침묵을 깨고 비로소 입을 열

었다.

"우신(愚愼), 참으로 달이 밝구나."

"그렇사옵니다, 나으리."

우신이라 불린 장정은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그러

면서 자신의 주인이 무슨 뜻으로 지금 이런 말을 하였을

까 골똘히 생각해 보고 있었다. 그냥 흘러가며 한 말은 아

닌 것 같았다. 박우립은 생각에 잠기는 우신을 힐끗 돌아

보고 길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이 장군과 나는 막역지교(莫逆之交)로서 오랜 날을 함

께 했고, 나는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천

기(天機)를 보아하니 그의 운이 너무 강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겠구나."

우신은 조금 움찔하며 박우립을 보았다. 그의 능력을 누

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우신으로서는 뜻밖의 말이었다.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듯한 말을 하다니, 그것

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의

주인을 잘 아는 우신으로서는 박우립이 한 말을 무조건

믿지 못하고 있었다.

"진정 나으리의 힘으로 아니되옵니까?"

우신의 얼굴에는 설마,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신을 바

라보는 사내의 고개가 가로로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은 체

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비록 무예로는 그와 겨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력으

로 보면 결코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지. 더구나 지금 나는

아무 벼슬도 하지 않는 포의지사(布衣之士)가 아니더냐."

우신이 불현듯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응시했다.

"하오나 나으리! 두 분의 친분으로 보아 나으리께서 직접

나서서 설득해 보신다면……."

우신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얼굴을 주시하던 박우립이

허탈한 웃음을 머금고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허허, 너는 그렇게 오래 나를 따라다니며 그를 보았거늘

아직도 그의 성격을 모르더냐?"

박우립은 우신에게 손을 휘저어 강하게 부정하고는 곧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가 있는 한, 그렇게 쉽게 제 목적을 달성하진

못하겠지……."

박우립의 마지막 말은 우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