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촛불집회 때 광주지방경찰청이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했다가 하루 만에 삭제한 것과 관련해 경찰 수뇌부 간에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당시 광주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경찰 간부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모욕에 가까운 말로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청장은 통화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권남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당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지방경찰청의 공식 SNS 글입니다.
시민들에게 질서를 잘 지켜달라는 내용의 글인데 어찌 된 일인지 하루 만에 삭제됐습니다.
반년 넘게 지나 갑작스러운 삭제의 배경에 이철성 경찰청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광주지방경찰청장을 맡았던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은 YTN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19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삭제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인철 학교장은 당시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며 비꼬는 듯한 말투로 통화를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청장이 반말로 쏘아붙였고, 자신을 시정잡배처럼 몰아붙여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학교장은 이 청장이 문제가 되지 않게 적절하게 삭제하라며 상세한 방법까지 지시해, 간부회의에서 관련 글 삭제를 결정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후 10여 일 뒤, 자신이 경기 남부 지방경찰청 차장으로 인사가 난 것 역시 사실상 해당 글로 인한 좌천성 인사라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당시 강 청장에게 전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고 백남기 농민의 노제를 앞둔 상황에서 강 청장이 해외 휴가를 신청해 질책한 적은 있지만, SNS 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강인철 학교장이 없던 통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거듭 재반박에 나서면서, SNS 삭제 지시 파문을 놓고 경찰 수뇌부 간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YTN 권남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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