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에 매달려 일하는 작업은 과연 어떨까요.
작업자들은 '달비계'라고 부르는 작은 나무의자에 앉아 밧줄을 붙잡고 수십미터 위에서 외벽을 청소합니다. 두려움은 가족 생각을 하며 이겨낸다고 합니다.
이은후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건물 13층 옥상. 작업을 준비하는 작업자들의 모습에서 긴장감이 감돕니다. 밧줄을 점검하고 보호대를 착용하면 작업준비 끝. 간신히 엉덩이를 걸칠 정도의 나무판에 앉아 곧바로 청소가 시작됩니다.
건물 높이는 55m. 일일이 손으로 물을 뿌려가며 묵은 때를 꼼꼼이 닦아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현기증이 날 정도.
다섯 식구의 가장인 권오익 씨는 14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아직도 일을 할 때마다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권오익 / 외벽 청소 14년 경력]
"무섭죠. 한 번 매달리면 땅까지 내려가야 되니까."
작은 움직임에도 출렁이는 생명줄. 나란히 매달려 일을 하지만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습니다.
옆사람에게 작업 도구가 떨어지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함께 높이를 맞춰 내려와야 합니다. 점점 땅위로 가까워지고 그제서야 마음도 조금 편안해 집니다.
[권오익 / 외벽 청소 14년 경력]
"허리가 편안하죠. 안도감을 느끼면 그냥 편안해요."
짜장면으로 식사를 때우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가족들과 통화를 하기도 합니다.
가족들은 항상 아빠 걱정입니다.
[권오익 / 외벽 청소 14년 경력]
"아빠 조심해, 아빠 일 조심! 인사할 때마다 그래요."
그러나 휴식도 잠깐. 청소를 못한 다른 쪽 작업을 위해 또다시 옥상으로 향합니다.
이렇게 네 다섯번은 해야 일당 2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은후 / 스탠드업]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저도 안정장비를 하고 직접 한번 매달려보겠습니다. 이렇게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의지하다보니 심리적으로 긴장돼서 작업은 커녕 제대로 균형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고층빌딩 청소를 할 때 의지하는 나무의자를 '달비계'라고 합니다.
달비계를 이용한 청소작업이 공식 직업으로 인정된 것은 불과 4년 전. 워낙 위험하다보니 보험도 거의 받아주지 않습니다.
[보험사 관계자]
"제일 위험한 직업군이죠. 전 보험사가 거의 대부분이 안 들어줘요."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달비계' 작업자들은 오늘도 고층건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
이은후 기자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 이승헌 김용우
영상편집 : 장세례
헬리캠 : 노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