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언덕처럼 곳곳에 쌓여있는 마을, 상상이 가십니까.
이집트 카이로에는 섭씨 40도가 넘는 날씨에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의 더넓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비포장 도로를 쓰레기를 실은 차들이 쉴새없이 오갑니다.
건물 주변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는 먼지를 일으키며 떠납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동부에 있는 최대 쓰레기 마을로, 카이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3분의 1이 모입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사람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곳곳에 쓰레기가 가득하고 악취가 진동합니다."
3만 명 가량의 이 곳 주민들은 쓰레기를 주워 분리하고 재활용품을 되파는 일로 생계를 꾸려갑니다.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파리가 들끓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맨손으로 쓰레기를 분리합니다.
"실제 이 건물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 모하메드 씨는 쓰레기 더미에서 버려진 옷 등을 팔아 살아갑니다.
하루 수입은 약 100 이집션파운드, 우리 돈으로 6000원 정도입니다.
[모하메드 / 쓰레기 마을 주민]
"일주일에 400파운드(2만 5천 원) 정도를 법니다. 두 달 전에 일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져서 그나마도 쉽지 않아요."
카이로 내 이 같은 쓰레기 마을은 5곳. 쓰레기와 함께 사는 사람이란 뜻의 '자발린'이라 불리는 마을 사람들은 이집트 내에서 최빈곤층입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이 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한국인 조무영 목사가 인연의 끈입니다.
[아흐마드 압둘파하드 / 쓰레기 마을 주민]
"조무영 목사는 16년 동안 저희와 함께 지냈습니다. 아이들을 정말 사랑했고 눈높이를 맞춰줬어요. 모든 아이가 그의 팬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튀니지계 프랑스인 거리 예술가가 마을에 벽화를 그려 관광지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쓰레기 마을에 대한 멸시는 그대로지만, 경제 위기로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생계를 위해 이 곳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이로에서 채널A 뉴스 서동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