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화산섬 울릉도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잡이 부진으로 관광사업이 주요 수입원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울릉도는 난개발로 뒤집히고 파헤져지고 있습니다.
전혜정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석포마을에선 죽도가 손에 닿을 듯 합니다. 화창한 날이면 독도도 한 눈에 들어옵니다.
4대 째 울릉도를 지키는 토박이 이덕준 씨.
[이덕준 / 울릉도 주민]
"그 때 생각하면 많이 좋아졌지. 그 당시에는 생각조차 못했고, 길이 난다고 하는 건."
하지만 이 씨가 기억하는 어린시절 울릉도의 아름다움은 어느덧 그리움이 됐습니다.
[이덕준 / 울릉도 주민]
"자연스러운 아름다운 돌이 보기좋게 있었고. 몽돌 해변도 많이 없어지니… 한마디로 말해서 안타깝다는 그런 말 밖에는 못하겠어."
바위산의 허리를 잘라 놓은 듯 일자로 난 통로.
2014년 110억 원을 들여 착공한 해안산책로입니다.
[울릉도 주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고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거든요."
공사 도중 붕괴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개통이 미뤄진 건데, 화산활동과 파도가 조각해 낸 현무암 절벽은 이렇게 생채기만
남은채 4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울릉도 주민]
"깜짝 놀라죠. 너무 변해 버렸으니까.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요. 한달 두 달 만에 세상이, 지형이 바뀌어 있어요."
단절 구간을 이어 해안선을 따라 울릉도를 일주하는 도로건설사업.
울릉도 주민들에겐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사구간이 멸종위기종 2급 식물인 섬현삼 군락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개발 논란이 커졌습니다.
[박재홍 /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장]
"(섬현삼은) 울릉도 밖에 안 나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대부분 해안가, 도로 주위에 있는 거예요. 도로를 닦다 보면 다 멸종하죠."
[전혜정 기자]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울릉도 일주도로의 마지막, 종점입니다.
출발지점인 내수전까지 연결하기 위해선 앞으로 4.75㎞ 정도 공사를 더 해야 하는데요.
때문에 추가적인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재연 / 경기 남양주시]
"터널을 뚫는 데가 많고 포크레인도 많이 봐서 앞으로 자연경관이 변할까 좀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최광윤 / 경기 김포시]
"경치를 보려고 오는 건데, 너무 많이 발전돼 있으면 그런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울릉도 난개발 논란은 국가주도의 대형 SOC 사업이 곳곳에 추진되면서 불거졌습니다.
향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통구미 마을도 개발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통구미마을 주민]
"공사를 진행하고 지금 저렇게 안전장치를 해놓은 건데, 저런 데 보면 엄청 위험하거든요. 여기 (집에) 충격이 안 간다는 보장을 못하잖아요."
터널공사의 소음과 진동은 향나무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통구미마을 주민]
"새벽 두 시에 일어나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어요. 잠이 안 와서. 무서워서. 계속 발파를 붕붕 하니까 밑에서 울리고 밤새도록. 이건 사람이 사는 동네가 아니고. "
건설사 측은 보상금 지급 문제로 공사가 지연됐다며 볼멘소리를 냅니다.
[건설사 관계자]
"저희가 사실 계속 작업을 못 했어요. 주민들이 너무 반대해서. 24시간(동안) 터널 같은 경우에는 작업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못하고."
개발이 예정된 공항 부지와 항구 주변 부동산 가격은 투기과열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개발의 이익은 지역주민의 몫이 아닙니다.
[부동산 관계자]
"다들 공항 때문에 (투자)하시는 거고요. 외지인들 밖에 투자를 안 하세요. 예전에 4~5년 전에 사려고 알아보셨던 분들은 지금 알아보면 절대 안 사세요. 옛날 금액을 아니까."
반면 20여 곳이나 되는 산사태 위험지역을 대비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병수 / 울릉군수]
"저희 예산이 정말로 너무 부족해서 자체 사업은 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습니다. 거의 국·도비 보조사업으로만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재정여건이기 때문에."
잘려 나가고 파헤쳐진 울릉도의 현실은 무분별한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전혜정 기자
[email protected] 연출 : 이민경
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