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하지만 맞서 지지 않으려 한다" 구한말 외교관의 편지 / YTN

YTN news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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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근무하던 시절 남긴 문서가 130년 만에 공개됐습니다.

조선이 미국과 경인선 철도 부설을 논의했던 사실과 함께, 약소국의 외교관으로서 꿋꿋하게 자주 외교를 펼치려 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보도에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전시관으로 다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입니다.

복원을 통해 옛 모습을 찾았지만 이곳에서 펼쳐진 외교전이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었습니다.

약 130년 전, 주미공사관에 근무했던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 후손의 기증으로 당시 자료가 빛을 보게 됐습니다.

[이상구 / 이상재 선생 종손 : 앞으로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에 다행히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연락이 와서 아, 가는 길이 이 길이 맞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서울과 제물포를 잇는 '경인선 철도' 부설에 대한 내용입니다.

철도가 실제 만들어진 1890년대보다 앞선 1888년, 조선과 미국이 이미 철도 부설을 논의하고 계약서까지 검토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강임산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협력지원팀장 : (조선이) 막 끌려다닌 게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거고, 실제로 15년 임대차라고 해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결국 박정양 주미공사가 '이건 우리한테 불리하다' 해서 (계약을) 취소를 하게 됩니다.]

편지를 모아둔 '미국 서간'에서는 낯선 미국땅에서 지낸 약소국 외교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가가 비싸 적은 연봉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장에서 생활의 어려움이, "중국 공사의 트집에 진퇴유곡 처지다"라는 글에서는 중국의 간섭으로 겪은 고충이 느껴집니다.

"미국에 주재하는 나라 중 우리나라만 빈약하지만 지지 않겠다"는 글에는 자주 외교를 향한 사명감이 녹아 있습니다.

[한철호 /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 (이상재 선생은) 미국의 관습은 민(백성)을 주권으로 삼는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국왕이 주권이 아니라 민(백성)이 주인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들은 구한말 조선이 대미외교를 어떻게 펼쳤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입니다.

YTN 이지은[[email protecte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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