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울림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가 올해 5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현대 연극의 기념비적인 이 작품을 보기 위해 관객이 몰리며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멋진 경치로군. 자, 가자! 갈 수 없다.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여기가 확실하냐?"
물음표를 닮은 나무 아래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의미 없는 대화를 되풀이하며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립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적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꾸준히 무대에 올려진 극단 산울림의 대표작입니다.
올해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출연했던 정동환, 이호성, 박용수, 안석환 배우 등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기념 공연을 더욱 빛냈습니다.
[정동환 / 배우 : 이 작품을 보면서 연극을 시작하고 이 작품을 통해 연극의 깊은 맛을 또 알게 되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세기에 걸쳐 1,500여 회 공연돼 22만여 명이 봤을 정도로 지속적인 인기를 모은 데에는 원작과 연출의 힘이 컸습니다.
현대인의 무기력한 일상 속 기다림의 과정을 일종의 놀이로 풀어낸 희극적 해석은 작품의 보편성과 함께 시대를 넘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은경 / 연극 평론가 : 임영웅 연출은 원작에 내재해 있는 희극성을 감각적으로 캐치 해낸 것 같아요.(중략) 그러니까 관객들은 부조리극인데도 어렵지 않고 웃으면서 보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된 거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연출가 임영웅 대표와 함께 50년을 견뎌온 분신 같은 작품은 오늘도 황량한 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삶의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YTN 이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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