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한근 씨가 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과정이 공개됐습니다.
가짜 이름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추적을 피했지만 결국, 공조 수사에 꼬리가 잡혔습니다.
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한근 씨가 덜미를 잡힌 건 검찰이 신분세탁에 사용된 이름을 찾아내면서부터입니다.
정 씨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만든 4가지 영문 이름으로 캐나다와 미국의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한 정황을 포착한 겁니다.
출입국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 씨가 지난 2017년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에콰도르에 입국해 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검거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와 에콰도르 사이에 범죄인 인도 조약이 맺어지지 않아서입니다.
행적을 쫓던 검찰은 정 씨가 파나마를 거쳐 미국으로 갈 거란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검찰은 곧 미국을 통해 파나마에 협조를 요청했고, 지난 18일 파나마에 도착한 정 씨를 공항 내 보호소에 가둘 수 있었습니다.
검거된 정 씨는 브라질 상파울루와 두바이를 거쳐 송환됐는데, 검찰은 두바이를 이륙하자마자 비행기 안에서 정 씨의 구속영장을 집행했습니다.
[정한근 / 정태수 前 한보그룹 회장 4남 : (도피생활 어디서 어떻게 하셨는지요?) ….]
정 씨는 송환된 뒤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갇혔습니다.
한보그룹 자회사 돈 3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지난 2008년 기소된 만큼, 검찰은 여죄를 수사하는 데 주력할 전망입니다.
정한근 씨가 21년 만에 송환되면서 '한보 사태'의 주역, 정태수 전 회장의 행방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횡령 사건으로 2심 재판을 받던 중 지병을 치료하겠다며 일본으로 건너간 뒤 12년 동안 행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YTN 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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