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상화(24, 서울시청)가 세계 빙상 역사를 다시 쓰고 금의환향했다. 2주 동안 북미 레이스에서 세계신기록 1개와 한국신기록 3개 등 풍성한 결실을 맺고 돌아왔다.
이상화는 30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열린 귀국 인터뷰에서 "주종목인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워 뿌듯하고 해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름에 열심히 훈련한 대가가 기록으로 나타난 만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상화는 지난 2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80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첫 세계기록 달성의 쾌거였다. 전날 1차 레이스에서 36초99의 한국 신기록으로 개인 통산 처음으로 37초대의 벽을 허문 뒤 하루 만에 이뤄낸 값진 결실이었다.
이상화의 상승세는 지난 주말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도 이어졌다. 500m에서 세계신기록은 쓰지 못했지만 2차 레이스에서 출전 선수 중 1위(36초99)를 기록하며 이 종목 최강임을 입증했다. 1000m 1차 레이스에서는 자신의 한국 기록을 무려 0.87초나 앞당긴 1분14초39를 찍더니 다음 날 2차 레이스에서 1분14초19로 0.2초를 더 단축했다. 지난 2010년 우승에 이어 이 대회 동메달의 성과를 냈다.
올 시즌 워낙 페이스가 좋았다. 월드컵 500m 8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세계 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상화는 "사실 나보다 언론 등 주위에서 세계신기록을 달성할 것이라고 해서 긴장이 됐다"고 그동안의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캘거리에서 열린 1차 레이스가 계기가 됐다. 이상화는 "첫 레이스에서 36초대를 기록해 내 자신이 많이 놀랐다. 이대로라면 기록을 꾸준히 단축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면서 "마음을 비우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놀라게 한 이상화. 이제 내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이상화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부담이 많이 없어졌다"면서 "세계신기록을 세웠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소치까지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에 앞서 당면 목표는 오는 3월 세계종별선수권대회 2연패다. 이상화는 "월드컵 포인트에서 2위에 400점 이상 앞서 월드컵 파이널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세계종별선수권대회 2연패는 하고 싶고 거기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