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52일차.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다.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30만 번의 절을 하며 483km를 걸어 가야 한다. 하지만 1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승현군의 누나 이아름씨는 지난 2월 23일 진도 팽목항에서 '그들만의 세월호'를 인양했다.
'그들만의 세월호'는 작은 모형 배로 세월호를 진도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인양하기 위해 끌어올린 것이었다.
서울까지 그냥 가는 것도 아니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밝히는 한걸음, 아이들에게 속죄하는 한걸음,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반면교사의 한걸음, 그리고 국민들에게 올리는 절까지 삼보일배하며 걷는 기도의 걸음이었다.
'왜 삼보일배를 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도리어 되물었다.
"뭐가 달라진 게 있나? 속은 터질 것 만 같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선택했다"라고 대답했다. 이호진씨는 "살릴 수 있었는데 살아나지 못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학살이다"라고 말하며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한 정부의 무능에 분노했다.
이씨는 "먼 여정이지만, 광화문까지 가게 된다면 이제 가슴 속에 있는 것들을 이제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삼보일배 길 위에 서 있는 이호진씨의 그을린 얼굴위로 연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런 땀을 닦아 주는 건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딸 이아름씨였다.
아름씨는 "승현이가 하늘에서 지켜주고 있어서 삼보일배하는 동안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많이 보내주는 것 같다"며 묵묵히 아빠와 함께 삼보일배를 이어가고 있다.
이호진씨와 딸 아름씨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빨리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오늘도 한걸음, 한걸음, 그리고 한걸음, 서울 광화문까지 30만 번의 절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