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대신 '텔레그램' 쓰면 안심될까? [콕뉴스]

노컷브이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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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20억 주식 대박 특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진경준 검사가 텔레그램에 가입했단 소식이 있었죠?

수사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검사가 강력한 보안으로 유명한 메신저를 쓰기 시작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이를 두고 일반 통화나 카카오톡은 기록이 남을까봐 '사이버 망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오고 갔습니다.

이른바 안전한 메신저를 찾아 떠나는 '사이버 망명', 첫 시작은 2014년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그 다음날, 검찰이 대책회의를 열고 사이버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 대한 검열 논란의 시작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카카오톡이 검찰의 감청영장을 받아왔다는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텔레그램 가입자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자 위기를 느낀 카카오톡이 '앞으로 감청영장에 불응하고, 보안채팅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죠.

이후 한동안 잠잠하나 했는데, 올초에 테러방지법 사태가 터졌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막고자 190여 시간 필리버스터를 벌였지만 실패했습니다. 텔레그램으로의 2차 '망명길'이 이어졌습니다.

텔레그램은 2013년에 출시된 메신저입니다. 메시지 전송의 전 과정이 암호화되는 종단간 암호화(end-to-end)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2014년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에서 영미권 메신저 40여 개의 보안성을 평가한 결과, 텔레그램은 7점 만점에 5점을 받았습니다. 하루에 약 150억 개의 메시지가 유통되고, 이슬람국가(IS)도 텔레그램을 쓴다고 알려졌을 만큼 보안성을 인정받는 메신저 축에 속합니다.

그럼 카카오톡은 제3자가 대화를 엿볼 수 있다는 뜻?

최근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직장 동료한테 보냈던 링크가 1시간여 만에 다음 검색 결과에 떴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사적인 채팅방에 올린 URL이 검색봇에 수집돼 버젓이 인터넷상에 공개됐다는 사실이 이용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는데요. 설사 공개URL이라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해도, 신뢰의 측면에서 치명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테러방지법까지 우리 곁으로 다가온 상황. 카카오톡 등 국내 대기업의 메신저들은 과연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테러방지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의 닮은꼴

테러방지법의 제9조 3항을 보면, 국정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문제는 이 '요구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언뜻 보면 강제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통신자료 제공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에도 이와 비슷한 조문이 있습니다. 바로 제83조 3항의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통신사들은 이 부분에 근거해 수사기관이 요청하는 가입자들의 통신자료를 제공해왔습니다.

이렇다보니 국정원과 기업이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도 이와 동일한 유권해석을 적용해 개인정보를 확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으로의 망명은 앞으로도 쭉?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했던 텔레그램의 창시자 파벨 두로프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테러방지법은 조지오웰의 1984와 비슷하다'는 말을 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공동대표의 권유 등에 따라, 20대 총선 당선자들이 단체로 바이버 메신저로 옮겨갔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이 단지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을 사용하면 되는 문제로 끝날 일일까요?

지극히 사적인 메신저 사용마저도 정부와 기업을 불신해야 하는 현실. 우스갯소리로나마 '국민 6대 조치'라면서 스마트폰은 아이폰을 쓰고 이메일은 지메일로 바꿔야한다는 조언이 공공연히 돌아다니는 현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인식이 앞으로도 국민 개개인의 일상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란 사실.

이런 점이 최근 '사이버 망명' 사태의 본질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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