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모르쇠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셌던 내용은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가 드러나기 전에는 결코 최순실 씨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최순실 씨 아버지 최태민 씨와 박근혜 대통령 간 관계가 문제가 돼 당시 중앙정보부(중정)가 조사했던 사실은 알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7일 청문회에서 "1979년 2월까지 중정 5국 즉, 대공수사국 국장이었는데 6국(국내보안국)인가에서 최태민 씨를 조사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한 소문 내용은 6국이 최태민 씨를 불러서 큰 영애(박근혜 대통령)와 여러 관계, 비위를 조사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그렇다면 최태민 씨 딸인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 가까이서 과거 최태민 씨 같은 역할을 하는 걸 제지할 생각을 못했냐"고 김 전 실장에게 물었다.
김 전 실장은 "최태민 씨는 이미 작고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당에서도 모셨지만, 최태민 씨 딸과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걸 지금 생각하면 매우 회한이 든다"고 김 전 실장은 말했다.
만약 최순실 씨가 최태민 씨 딸이라는 걸 알았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았을 것이라는 뉘우침이다.
그러나 최순실 씨가 최태민 씨 딸인 줄 몰랐다는 김 전 실장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2014년 12월 큰 논란이 됐던 '정윤회 문건'에 틀림없이 최순실이 거론됐는데도 최순실이 최태민 딸이라는 걸 몰랐다는 얘기냐"고 추궁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당시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린 보고서에도 최순실은 없었고 정윤회만 있었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당시 정윤회 문건을 특종 보도한) 세계일보 기사에도 최순실은 없었다"고 김 전 실장은 덧붙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김 전 실장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박영선 의원은 정윤회 문건 사본을 제시하며 문건 첫 문장에 최태민 목사와 최순실 씨 관계가 적시돼 있음을 지적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첫 문장' 내용은 '대상자 정윤회 고 최태민 목사의 5녀 최순실의 부(夫(남편))'였다.
정윤회 문건에 최순실이 최태민 씨의 다섯째 딸인 사실이 분명하게 적혀 있는 것이다.
당황한 김기춘 전 실장은 "착각했다. 문건을 본 지가 오래돼서 착각했다"고 항변했다.
박영선 의원은 "오늘 김기춘 증인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지금 가슴을 칠 것"이라고 김 전 실장을 질타했다.
김 전 실장은 "이제 제가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못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순실과 접촉은 없었다"며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미 김기춘 전 실장 발언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김 전 실장 얼굴에는 낭패감이 짙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