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일생을 통일운동에 바쳤던 '늦봄' 고 문익환(1918.6.1~1994.1.18) 목사가 1989년 신년 벽두에 발표한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 중 한 대목입니다.
시 제목처럼 '서울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는 주장은 당시, 아니 최근까지도 잠꼬대에서나 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3일 실제로 서울역에서 평양행 기차표가 발권됐습니다.
올해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 목사 유지를 잇는 통일단체 '통일맞이'가 통일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과 함께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다오' 행사를 연 겁니다.
'서울 ▶ 평양'이라고 찍힌 기차표가 시민들 손에 쥐어졌고, 서울역 플랫폼 운행 안내 전광판에도 평양행 표시가 선명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날 발권된 평양행 기차표로는 도라산역까지밖에 갈 수 없었는데요.
하지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르는 등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서울과 평양 간 기차 운행 기대도 한껏 부풀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라도 문익환 목사가 자신이 절절히 염원했던 대로 남북한 주민들이 기차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