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바로 이 날, 믿기지 않았던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픔과 비통 속에 보내야 했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이름으로 아픔과 애도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잔디광장에서 권양숙 여사 등 유족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따가운 봄볕에 30도 가까운 더운 날씨에도 2만여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재단이 행사장에 배치한 의자는 일찌감치 동이 났고, 추모객들은 행사장 주변을 에워싸듯 서거나 앉아 추도식을 지켜봤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이야, 기분 좋다' 그렇게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 남기고 떠나셨다"고 회고했다. 문 의장은 그러나, "이별은 너무 비통했지만,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며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추도사에서 "대통령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저희들은 그 길을 가겠다. 대통령님을 방해하던 잘못된 질서도 남아 있다. 그래도 저희들은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지만 저희 마음속의 대통령님은 변하지 않으셨다. 대통령님은 지금도 저희들에게 희망과 고통과 각성을 일깨우신다. 그것을 통해 대통령님은 저희들을 '깨어 있는 시민'으로 만들고 계신다. 대통령님은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것이다. 저희들도 늘 깨어 있겠다"고 다짐했다.정치적 동지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경남지사가 모친상과 드루킹 재판일정 때문에 추도식에 참석을 하지 못한 가운데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참석이 관심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그는 추도사에서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언급하며 "인권에 헌신하며 친절하고 따뜻하며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한 분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자기 목소리 용기있게 낸 지도자"라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한국의 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과의 우정을 보여준 특별한 손님이었기에 그 어떤 인사들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씨가 유족을 대표해 "특별히 멀리서 와주신 부시 대통령님에 감사드린다. 아버지와 부시 대통령 두분께서 재임하던 시절 참으로 많은 일을 함께 했고, 한미관계는 새로운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하자, 웃음을 보이며 '땡큐'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번 추도식은 과거 추도식보다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권양숙 여사 등 유족들도 가끔씩 웃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추모객들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엄숙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 행사를 지켜봤다. 전남 곡성에서 온 장순종(67)씨는 "매년 추도식때 봉하마을 찾아 왔지만 처음엔 엄숙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며 "새로운 노무현에 맞게 새로운 출발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노무현재단 정영애 이사는 "대통령님의 마지막 당부처럼 이제는 슬픔과 미안함, 원망을 내려놓고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실천하고 실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