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장학금에서 책판매까지…사과 박스 돈다발은 옛말

채널A News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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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의 뒷얘기를 풀어보는 시간, 백브리핑입니다. 정책사회부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Q1. 오늘 주제는 뭔가요?

영화 한편 보시죠.

[영화 '신세계']
"약소합니다만, 제 성의 표시입니다. 월병이라고 중국 과자예요. 제법 맛이 납니다."
"야. 이거 어떻게 먹는 거야?"
"깨끗하게 세탁기 돌린 거라 드셔도 됩니다.
절대 탈 안 나요. 주기적으로 섭섭지 않으시게 꼬박꼬박 세금으로 넣어드리려니까
이쯤에서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게 놔둡시다."

Q1-1. 뇌물이네요?

옛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요, 사과박스나 007 가방에 돈을 담아서 전달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007 가방에 5만 원권을 가득 넣으면 3억이 딱 들어간다, 이런 말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뇌물 전달 방식도 진화했습니다.

Q2. 조국 전 장관 같은 경우에도 검찰이 뇌물죄를 검토하고 있다면서요? 왜 그렇게 보는거죠?

조 전 장관 딸이 당시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한테 3년간 총 1천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지 않았습니까?

이 돈이 뇌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Q2-1. 근데 그건 조 전 장관이 아니라, 딸한테 준 거잖아요. 그것도 뇌물이 되나요?

어제 부산대 측이 "조 전 장관 딸에 지급한 장학금에 특혜 소지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대가성입니다.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원장은요,

올해 6월 부산의료원장에 임명이 됩니다.

검찰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장학금을 받은 대가로 부산의료원장 인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딸에게 주어진 장학금이 뇌물 성격일 수 있다는 겁니다.

Q3.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란 얘기도 있어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면, 유 전 부시장은 책장사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겁니다.

Q3-1. 정치인들도 출판기념회 열고, 수익금을 후원금으로 쓰기도 하잖아요. 그게 큰 문제인 것 같진 않은데요?

방법이 문제입니다.

2013년하고 2015년에 책을 출간했는데, 당시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고위간부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에게 자신의 저서를 대량 구매하라고 강요했다는 거죠.

업체들이 무시할 수 있었겠습니까? (못 하죠.)

Q3-2.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판단하는 거 같아요. 이 내용만으로도 혐의가 구체적인 것 같은데,
또 뭐가 있는 거예요?

책을 산 업체들에게 "내가 보유한 책이 떨어졌으니까, 지난번 샀던 책들을 다시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돌려받은 책들을 다른 업체에 다시 팔아서 이중·삼중 이득을 취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업체들에게 실제 책을 보내주기는 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Q3-3. 유 전 부시장은 뭐래요?

"금품을 받은 건 일부 시인한다, 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

전형적인 진술이죠.

뇌물죄가 성립되려면요,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거나 부정청탁 같은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금융회사에게 강권했다면 직무 연관성 부분에서는 부인하기가 어렵죠.

그러니까 대가성을 부인하는 방법으로 뇌물죄 성립 요건을 빠져나가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4. 대가성이 없다고 한다 하더라도 유 전 부시장은 김영란법 대상 아닌가요?

금융위 고위공무원의 경우엔 특히 직무관련성의 범위가 넓습니다.

관리·감독 대상 업체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만으로 뇌물죄는 물론이고요,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요,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습니다.

김영란법이 2016년 9월에 시행이 됐는데, 뇌물을 받은 시기가 시행 전이냐 후냐에 따라서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액수에 따라 5년에서 10년이고요,

수수액이 1억 원을 넘으면 징역 10년 이상, 무기징역도 가능합니다.

Q5. 중국에서는 뇌물수수의 통도 크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2014년에 중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사건입니다.

전 중국 중앙군사위 쉬차이허우 부주석은요, 뇌물로 1톤 넘는 현금을 받아서 집에 쌓아놨고요,

구쥔산 전 부부장 집에는 순금 마오쩌뚱 동상을 비롯해서 뇌물로 받은 순금이 수북이 쌓여있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 없고, 친해서 뇌물주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누가 뭔가를 주려고 하면 왜 그러는지 의심부터 하고, 받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백브리핑이었습니다.

취재·구성 : 최석호 기자, 배준 작가
연출·편집 : 성희영PD, 함승태PD
그래픽 : 전상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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