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쉬어도 쉬는게 아니다'…여름휴가의 정치학
[앵커]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여의도에서도 속속 휴가길에 오르는 발걸음이 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 휴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인사들도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주호영 투톱은 국회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 아래 휴가를 반납했는데요.
'휴가의 정치학', 이번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박현우 기자가 풀어봤습니다.
[기자]
7말 8초, 여름 휴가가 가장 집중되는 시기이죠.
정치인들도 통상 이 시기에 휴가를 떠납니다.
우선 민주당 분위기부터 살펴보면, 이해찬 대표는 지난주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짧은 휴식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민주당의 또 다른 투톱 중 한 명이죠.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달 4일 이후, 그러니까 7월 임시국회가 마무리 된 이후, 구체적인 휴가 계획을 짤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이 순간, 휴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여권 인사도 있습니다.
바로, 이재명 경기지사인데요.
이 지사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주 목요일부터 이번 주 수요일까지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도민들에게 '신고'를 했었죠.
모처럼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겠다던 이 지사, 일단 휴가를 둘만의 시간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경기도에 오신 것도 고마운데 도청까지 들러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가 5월에 송한준 의장님 제안을 받았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차일피일 미루다…"
마주앉은 사람이 아내는 아니었네요.
하지만 동시에 휴가 일정 중에도 꼭 가져야 할 만남이었다, 그만큼 정치적 의미가 큰 자리였다,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 휴가를 떠난 또 다른 인사도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인데요.
안 대표는 지난주 수요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여름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안 대표, 과연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숨이 차오르고, 때론 주저앉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천 리 길도 마다 않고 달려갈 것입니다."
국내 어딘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안 대표,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면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대표는 각 지역 러닝크루의 '함께 달리기' 요청에 참여하고, 전문서적도 읽고 있다고 하는데요.
휴가길에 오르며 '동물농장'을 추천도서로 소개한 안 대표, 그 배경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휴가 기간 통합당 표정도 한 번 살펴볼까요.
그리 밝진 않은 것 같습니다.
통합당에선 휴가 시즌이지만 휴가를 휴가라고 부를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 톱'의 휴가 반납으로 인한 여파 때문인데요.
주호영 원내대표에 이어, 지난주 목요일,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을 했습니다.
'엄중한 국회 상황'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당초, 이번 주 화요일부터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김 위원장, 지난주 목요일 비대위 회의 때 '이런 상황에서 휴가를 갈 수 없다'며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발언 직후, 회의장의 비대위원들 사이에서는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는 후문인데요.
좀 쉬셔야 하지 않느냐는 당 관계자의 말에 '알아서 쉬겠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는 김 위원장.
당 내 의원들과 관계자들도 '알아서 쉴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은 됩니다.
이같은 '휴가 자제' 기조 속, 통합당 의원들의 '휴가 취소'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휴가까지 반납하고 머리를 싸매기로 한만큼,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묘책을 찾아내길 기대해 봅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정치인들의 휴가를 대하는 자세가 다 같은 것은 아닌가 봅니다.
지난달 6일부터 돌연 휴가에 들어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당시는 '수사지휘'를 둘러싼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이었는데요.
통합당처럼 '정면 돌파'하는 대신 한 발짝 떨어져 사안을 보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장고 끝에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압박하는 전략을 내놨고, 결과적으로는 추 장관의 판정승으로 이어졌는데요.
아울러 휴가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덕분인지, 이후 있었던 대정부질문 등에서 추 장관은 한층 높아진 화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장관님 발언자료 다 뒤져봐도 수명자라는 말을 쓴 적이 없더라고요."
"법전에 있다니까요."
"장관님 발언 자료 말이야…"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
그런가 하면 휴가가 '환골탈태'의 시간이 된 정치인도 있습니다.
인터넷 등에서 많이 화제가 됐었는데, 바로 이 분, 원희룡 제주지사인데요.
지난달 초, 열흘 간 휴가를 다녀온 뒤 시쳇말로 '훈남'이 돼서 나타났습니다.
휴가를 이용해 안검하수 수술을 했다고 하는데, 달라진 모습에 본인도 꽤 흡족해 하는 것 같습니다.
"도랑 치우는 김에 가재 잡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 아니겠습니까. 정치인이 사랑을 받아야 되는 것이니까, 어차피 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결과가 됐다면 저는 나름대로는 성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쁘게 좀 봐주십쇼."
비움으로써, 채운다는 말이 있죠.
여름 휴가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비우는 시간, 혹은 채우는 시간도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권도 한 번쯤은 쉬어가며 재충전도 하고, 현안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비움으로써 채워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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