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사실상 일본 총리 확정
[앵커]
오늘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총재 선거가 열렸습니다. 의원내각제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데요. 아베 정권의 2인자였던 스가 관방장관이 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하면서 안팎의 여러 기대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스가 신임 총재의 성향과 앞으로의 한일관계 전망을 이상현 기자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자, 일본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었죠. 구체적인 결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 자민당은 오늘 총재 선거를 열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신임 총재로 선출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총재가 의회에서 총리로 지명되기 때문에, 사실상 오늘 선거가 아베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는 뽑는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선거의 전체 유권자는 소속 국회의원 394명, 그리고 지역 당원대표 141명으로 합해서 모두 535명이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이렇게 세 명이 후보였는데요. 당대 주요 파벌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면서 대세론을 이뤘던 스가 관방장관이 유효투표수 534표 가운데 377표로 예상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2위 싸움을 벌였던 기시다는 89표, 이시바는 68표를 획득해 차차기를 위한 경쟁에서는 기시다가 한발 앞섰습니다. 오늘 선출된 스가 관방장관은 오는 16일 일본 중의원에서 총리로 지명될 예정입니다.
[앵커]
스가 총재, 아베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계속 맡았었죠. 브리핑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인물이었던 것 같은데요. 성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보통 일본 안팎에서 스가 총재를 규정하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수성가입니다. 스가는 아키타현의 한 딸기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나서 고교 졸업 이후에 단신으로 도쿄로 상경했습니다. 막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다가 다소 늦게 대학에 입학했고요. 이후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치고 일반 회사에 취직했다가 중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일본에는 부모님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세습 정치인이나, 명문가 자제라는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하는 정치인이 많은데요, 그래서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 정치인, 리더에 대한 동경이 스가의 인기 비결의 하나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두번째 키워드는 조직관리입니다. 간단히 말해 공무원의 인사권을 쥐고 흔들어서 관료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는 건데요, 일본은 엘리트 관료의 힘이 굉장히 강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스가가 2014년 고위 관료의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내각인사국을 신설해 총리관저의 인사권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정권 안정에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이 때문에 공직사회의 눈치보기 문화, 수동적인 태도가 강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작지 않습니다. 마지막은 레이와 아저씨라는 별명입니다. 사실 스가는 정계에서는 막후 실력자로 유명했지만, 대중적 인기는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작년 4월에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를 회견에서 발표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그 발표 덕분에 정치에 무관심했던 일본의 10대들도 그의 존재를 인지하는 등 레이와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일본내 대중적인 호감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앵커]
우리에게 중요한 거는 역시나 일본의 앞으로의 외교 전략, 스가의 과거사 인식 같은 부분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예상됩니까.
[기자]
네. 일단 스가는 새로운 인물이 아닙니다. 7년 8개월 동안 아베 정권의 2인자로서 정권 중심에서 정책을 추진해온 인물입니다. 스가는 이번 총재 선거전 내내 아베 정권의 정책을 승계해서 더욱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영상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아베 총리의 정책을 확실히 계승해 추진하겠습니다.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 가장 우선적 과제는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강제징용 문제나 평화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아베 정권의 입장과 동일한 입장을 밝혔고, 특히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아베와 상담하겠다는 언급까지 내놓았습니다. 더구나 스가가 자신의 확실한 지지 파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베 총리 파벌 등의 지지를 토대로 총리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적으로 봤을 때 그가 정책 방향을 급히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와 완전히 동일하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단 한 나라의 지도자가 바뀌면 외교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 수순이고, 아베 총리가 강한 신념으로 역사 수정주의를 추구한 것과 달리 스가 총재는 실용주의적 성향이라는 점이 근거로 꼽힙니다. 또 스가 장관이 코로나19나 경기 침체와 같은 과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대외관계는 싸움보다 관리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점도 정책 변화의 근거로 거론됩니다.
[앵커]
그러면 일본의 총리 교체를 앞두고 우리 정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한국 정부는 일단 이번 총리 교체 전반에 대해 신중한 자세입니다. 일단 선거 자체는 일본의 내정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일본의 차기 총리, 내각과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일단 총리가 바뀐다는 점이나 스가 장관의 개인적 성향이 아베 총리와 다르다는 점 등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분위기도 읽힙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보다 변화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무엇보다 강제징용 판결 등에 대해 한국과 대화하려는 자세라든가, 나아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데, 아베 내각을 이어받는 성격의 스가 내각에서 현실적으로 그런 본질적 차원의 변화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입니다.
[앵커]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예상해보는 데 있어서 눈여겨볼 포인트로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일단 일본 내부 상황을 보면 신임 총리의 정책 드라이브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입니다. 일본은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해 조기에 총선을 개최할 권한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