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대목들 짚어드렸는데, 정치부 이용환 기자와 뜯어보겠습니다.
[질문1] 처음부터 좀 살펴보지요. 사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해양수산부 소속 직원이 실종됐다는 신고, 사흘 전인 21일 낮 12시 51분쯤 해경에 접수됩니다.
군 당국은 다음날인 그제 오후 3시 30분쯤 이 직원이 북한 해상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합니다.
그런데 6시간 정도가 지난 밤 9시40분쯤 바다 위에서 북한군 총에 의해 사망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한 겁니다.
[질문2] 이해하기가 힘든 게, 말씀하신 것처럼 군이 직원의 소재를 알고도, 사살될 때까지 손놓고 있었다는 거에요.
군이 해명을 내놨는데 이유는 4가지였습니다.
우선 북한 해역이라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이 직원이 떠 있는 정확한 위치를 몰랐고, 이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는 겁니다.
여기에 우리 군이 알았다는 것을 북한에 알리면 우리 첩보 자산이 들통나기 때문에 더더욱 아무런 조치를 못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질문3] 해명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는 않네요. 야당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핵심은 청와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 이 사실을 알았느냐인 것 같아요.
청와대에 사망 첩보가 전달된 것은 실종 신고 이후 21시간 정도가 지난 그제 밤 10시반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가 된 것은 이로부터 10시간이 지난 어제 아참 8시반이었습니다.
보고는 서면이 아니라 대면으로 이뤄졌고요.
[질문4] 그러니까 10시간이나 걸린 거에요. 아무리 첩보를 확인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해도 너무 늦은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 밤을 다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 대면 보고가 이뤄진 겁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보고까지 시간이 오래걸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저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질문5] 청와대 설명은 대통령은 피살 사실을 몰랐다는건데요. 대통령이 몰랐다는 사실을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가 뭔가요?
마침 그 10시간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화상 유엔연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피격 사실을 알고도 종전선언 제안을 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엔 화상 연설은 어제 새벽 1시26분부터 16분간 진행이 됐는데요.
이 때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입니다.
청와대 설명은 대통령이 피격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기 때문에 유엔 연설과 연관 짓는 의혹 제기는 틀렸다는건데요.
그 해명이 맞다하더라도 10시간 뒤에 보고하고, 청와대에서 긴급한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는데 대통령은 몰랐다는 게 또다른 논란꺼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6] 이것도 답답한 대목인데요. 우리 국민이 사망했는데, 이후에 청와대든 정부든 북한에 무슨 대응 조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요구했으니까 아무런 대응을 안 하는 것으로 보지 말아 달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어떤 조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하고 지금 핫라인이 끊어져 있다"고 답변하더군요.
[질문7] 이번 일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청와대와 군의 설명도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더라고요.
청와대 국방부 모두 9.19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겁니다.
적대적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해 뒀는데 이번 같은 형태의 도발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방부는 나중에 입장을 조금 바꾸긴 했습니다.
위반이 아니라는 설명은 접어달라, 이렇게 양해를 구한 뒤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질문8] 민간인이 피격됐다는 점에서 12년 전 박왕자 씨 사건이 떠오릅니다.
박왕자 씨 사건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금강산관광에 나선 민간인 박왕자 씨가 새벽 산책 도중 북한군 총탄에 맞아 숨진 사건이죠.
민간인이 총격을 받고 사망한 건 박왕자 씨 사건 이후 두번째인데요.
제2의 박왕자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왕자 씨가 사망하자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고, 이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독자 제재인 5.24 조치를 취했습니다.
박왕자 씨 사망과 천안함 폭침에 대해 아직도 북한의 사과는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번 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저희도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정치부 이용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