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던 일본이 일단 한발 물러섰습니다만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도 있죠.
후쿠시마 원전 수에 있는 방사능 물질은 예상보다도 위협적입니다.
생식기능을 떨어뜨리고 유전자까지 변형시킨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까지 직면할 우울한 미래.
세계를 보다 김민지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9년 전, 쓰나미가 덮치면서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남은 핵연료를 식히고 나온 오염수가 매일 180톤씩 쌓입니다.
일본 정부는 2년 뒤에는 보관할 공간이 더 이상 없다며 바다에 버릴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임 뒤 후쿠시마를 첫 출장지로 택한 스가 총리.
장갑을 낀 채 오염수가 든 병을 만지며 난데없이 마셔도 되냐고 묻습니다.
[도쿄전력 관계자]
"(원전 오염수를) 30배 이상 희석한다면…"
[스가 요시히데 / 일본 총리]
"마셔도 괜찮습니까."
아베 전 총리도 7년 전 후쿠시마에서 잡은 문어와 오징어 등을 시식하며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콘노 스미오 / 후쿠시마 피난민]
"마실 수 있다면 마셔보세요. 실제로 마실 생각은 없겠죠. 단지 퍼포먼스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정화장치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많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수소폭탄의 재료이기도 한 삼중수소, 트리튬이 문제입니다.
삼중수소는 신체에 축적될 경우 생식기능을 떨어뜨리고 DNA 변형도 일으킵니다.
[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방사선이기 때문에 DNA 특히 유전자 구조를 변형시키거나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그게 또 증식을 하죠.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일종의 바이러스가 되는 거죠."
일본은 세계 모든 원전이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고 주장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농도는 기준치보다 10배나 높습니다.
일본 정부는 왜 바다 방류를 고집할까?
10조 원에 이르는 보관 비용도 문제지만, 도쿄올림픽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토 다이가 / 후쿠시마 시민]
"당연히 내년에 올림픽을 하고 싶으니까 원전 사고를 끝난 것으로 보이고 싶은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50%를 넘자 스가 정부는 일단 방류 계획을 미뤘습니다.
[이와부치 도모 / 일본 참의원]
((오염수 해양방출을 곧) 결정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가까운 시일에 방류를 결정한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국민과의 신뢰관계를 망가뜨리는 거죠."
원전 오염수가 방출되면 200일 뒤 제주 앞바다에, 300일 뒤에는 동해까지 흘러들어올 수 있어 우리도 비상입니다.
수산시장 상인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팔고는 있지만, 후쿠시마산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김용만 / 수산시장 상인]
"도미는 일본산이 80~90% 차지할 거라 봐요. 우리도 팔기도 찜찜하고 될 수 있으면 안 권해드리죠."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 국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외 여론은 결코 일본 편이 아닙니다.
아베 정부를 이은 스가 정부의 평판이 자칫 오염수로 쓸려갈지 모릅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지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 김기범 김기열 김명철
영상편집 : 조성빈
취재지원 : 권갑구(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