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 불에 그을려 얻는 천연약재 '화칠' 채취 한창
[앵커]
옻나무를 불에 그을리면 진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화칠'이라고 합니다.
예부터 위장병 등에 특효가 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요.
전통 방식으로 진액을 채취하는 곳은 거의 명맥이 끊긴 상황에서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장인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고휘훈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경남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자락.
마을 한쪽에 자리 잡은 작업장 굴뚝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안에서는 옻나무를 불에 이리저리 그슬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30년 동안 '화칠' 작업에만 몰두한 안채호 씨의 눈빛에서 장인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장작불을 가까이하자 칼집을 낸 옻나무 틈새에서 하얀 진액이 금세 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이곳 마천면에는 화칠 작업을 하는 장인이 여럿 있었지만, 이제 안 씨 혼자만 남았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드셔서 금계마을에 한 분이 옻칠하고 계십니다. 3대째 내려오는 가구로 (전통이) 100년 정도 됐고…"
온종일 작업해서 나오는 양은 고작 1㎏ 남짓.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게 200g 정도 되는 화칠인데요.
이 정도를 생산하려면 7~8년 된 옻나무 3~4그루 정도는 베어내야 합니다.
화칠은 살아있는 옻나무에서 진액을 채취해 가구 등에 칠하는 '생칠'과는 달리 주로 약재로 쓰입니다.
수족냉증, 속이 찬 사람, 만성 위장병 치료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대로 먹으면 입에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에 생달걀과 함께 삼키는 게 좋습니다.
고된 노동 끝에 손에 쥘 수 있는 양은 얼마 안 돼, 이제는 명맥이 거의 끊겼지만, 안 씨는 화칠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찾거든요. 저희들이 안 하면 하시는 분들 없어요. 작업하시는 분들이. 반드시 찾으니까 저희들이 계속 작업하는 겁니다."
화칠 채취 작업은 10월부터 겨울 내내 이어집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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