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서는 화재 사고로 90대 노부부가 숨졌는데, 남편은 국가 유공자였습니다.
6.25전쟁 참전자였고,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민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세대주택 반지하 창문 사이로 연기가 올라옵니다.
소방관들이 잔불이 있는지 확인하고, 옆에서는 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습니다.
불이 난 시각은 오늘 새벽 1시 50분쯤.
불은 20분 만에 꺼졌지만 90대 노부부가 불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최삼순 / 이웃 주민]
"문을 열어보니까 이 집에서 창문 막 뜯고 계시더라고. 소방대원들이. 그런데 막 연기가 막 나더라고."
평소 거동이 불편했던 아내는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남편은 거실에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주민들은 남편이 아내를 극진히 챙겼다고 기억합니다.
남편은 불이 나기 3시간 전에도 아내에게 줄 인스턴트 죽을 사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가게를 찾았습니다.
[고두환 / 인근 가게 주인]
"주로 사가는 것이 단팥죽이랑 전복죽 같은 것 사셨고, (화재 사고) 이야기 듣고 당황스러웠거든요."
90대 노부부는 원래 큰 딸 부부가 모시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계단이 적은 곳에서 살겠다고 해서, 큰 딸 부부가 인근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모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를 배려한 게 지금은 오히려 후회로 남습니다.
[장진관 / 사위]
"이런 일이 날 줄은 나도 몰랐죠. 신경을 그리 썼는데도 내가 죄송스럽고 미안스럽지요. 가슴 아프고 자식도리로서."
숨진 남편은 6·25 전쟁 참전 중 다친 국가유공자였습니다.
국가보훈처는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유가족과 협의 중입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안방에서 불이 시작된 걸로 보고 내일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입니다.
채널A 뉴스 이민준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 이락균
영상편집 :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