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에서 형을 살다 행방불명된 330여 명에 대한 재심이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고재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제주 4·3 수형 행방불명인 333명과 그 가족이 명예 회복을 위해 기다리던 재심 재판이 70여 년 만에 열렸습니다.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합니다.

[장찬수 /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부장판사 :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과 유족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고 나아가서는 저승에서라도 이제는 오른쪽 왼쪽을 따지지 않고 정을 나누는…….]

첫 재판에서 유족 대표는 일어나 333명의 영혼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박영수 / 박세원 피고인 아들 : 영혼들을 대신해서 절을 하고 싶은데 법정에서 절하는 것은 변호사님이 금지라고 해서 목례로써 영혼을 대신해 목례를 올립니다.]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오랜 세월 가슴에 얹혀진 돌덩이 같은 응어리가 사라진 듯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번에 무죄 선고를 받은 수형 행방불명인은 4·3 당시 군사 재판의 수형인 명부에 있거나 사형돼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팔순이 된 딸은 사라진 아버지를 기다리다 무죄 선고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꾸 떠오릅니다.

[이임자 / 재심 청구인 : 좀 더 일찍 했으면 어머니가 무죄라도 된 것을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도 모르던 아들은 무죄 선고받은 오늘이 아버지 제삿날이라며 감격스러워 합니다.

[이석종 / 재심 청구인 :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을 모르니까 오늘 아버지 제사입니다. 한을 풀어서 저녁에 가서 제사를 지내면 더욱 뜻이 깊은 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재심 재판은 재심 사건이 20건에 달해 1건당 20여 분씩 진행돼 오후 늦게 마무리됐습니다.

일반 수형인 2명에 대한 재판도 진행돼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번 재심을 포함해 지금까지 4·3 관련 재심은 피고인 본인 또는 유족이 청구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주 4ㆍ3 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앞으로는 검찰의 직권 재심청구 등으로 재심절차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YTN 고재형[[email protecte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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