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모녀 살해사건과 관련한 소식, 사건을 보다에서 좀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1. 방금전 리포트에서도 전해드렸지만 숨진 큰딸의 경우엔 상당기간 스토킹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 중 한명인 큰 딸, 살아 생전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아파트 1층에서 스윽 다가오는 검은 패딩, 집에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 "나한테 대체 왜 그러냐고 소리를 질러봤지만, 진짜 많이 무섭다"면서 자신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두 사람이 알게 된 게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통해서라는 보도도 있었는데, 지난 1월 중순쯤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뒤에 피의자가 큰 딸을 스토킹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자 집의 위치까지 알아낸 경위에 대해선 경찰의 추가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집 앞에서 하루 8시간씩 기다린 것을 비롯해서 피의자가 극심한 집착증세를 보였다는 겁니다.
Q2.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일가족을 살해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보기 드문 사건입니다.
피의자는 지난달 23일 오후, 피해자 집으로 들어간 뒤에 작은 딸과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스토킹했던 큰 딸을 잇따라 살해했습니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이틀 가까이 집안에 머물렀다는 점도 일반인으로서는 납득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시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토킹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때는 구애를 거부하는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달랐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피해자(큰 딸)가 사망했으니까 가해자 입장에서는 내가 현재 이 세상에서 존재할 의미가 있을까, 결국 피해자가 없는데? 다른 세상에 가서 피해자와 함께 또다른 사랑을 꿈꿀 가능성이 열려있으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Q3. 정상의 범주는 한참 벗어난 사건인데요,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처벌 수위가 너무 낮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스토킹 범죄'는 집착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고, 강한 집착은 더욱 잔혹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5월 경남 창원에선 식당 단골손님이던 남성이 60대 식당 여주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10년동안 쫓아다니다 거절당한 남성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저지른 '계획범죄'였습니다.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 사건 피해자 지인 / 지난해 5월]
"매일 언니가 가라고 하면 발끈해서 욕하고. 이튿날 또 오고. 언니가 너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완전히 미칠 정도로…"
지난 2018년, 2700여 건이던 스토킹 범죄 신고건수는 2019년엔 2배 가까이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4500건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신고를 해도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10건 중 1~2건에 불과하고, 최대 처벌 수위도 10만 원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최근 '스토킹 처벌법'이 22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긴 했습니다만,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이는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 불벌죄'입니다.
처벌을 피해나가기 위해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회유하고 협박하는 제2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Q4. 이번 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24만 명 정도가 동의했습니다. 공개가 가능할까요?
정부의 공식 답변요건인 20만 명을 넘기면서 경찰도 내부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잔인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강력범죄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확보되면 의사와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신상공개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과 나이 등이 공개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살해된 피해자만 3명입니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뒤에도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신상공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