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이걸 '노력'이라고 하죠.
유전적으로 타고난 '재능' 역시도 이 노력을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노력과 재능이라는 개인의 능력이 제대로 통하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요?
기회의 공정, 결과의 공정, 정말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리포트]
안산 그리너스 FC가 공정성 논란을 빚고 있는 'A 선수 발탁'을 깜짝 발표한 건, 지난달 31일입니다.
선수 등록 하루 전, "김복식 단장의 지시사항"이라며, 구단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겁니다.
당시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은 입단테스트 1차에서 탈락했던 A 선수의 영입을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김 단장은 직접 감독을 호출했습니다.
그리고는 "감독 책임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외부에 해명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복식 / 안산그리너스FC 구단 단장]
"'감독이 관련해서 아무 대답을 않고 있다' 그러는데, 한마디 하면 되는 거야. 자네가 테스트하고 다 했다 그러면 끝나는 거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김복식 / 안산그리너스FC 구단 단장]
"(감독이) 모른다 그러는 건 아닌 거 같아. 막말로 김복식 단장이 적극적으로 (안산)지역 친구들 쓰라 했다 그러면 되는 거야."
감독을 회유하기 위해 구단 고위직들이 조직적으로 나선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안그리너스FC 구단 고위 관계자]
"출신 학교도 있고 발전 가능성 보고 뽑았다… 그 정도로 답변해 주세요. 코칭 스태프와 사무국 얘기가 다르면 논란이 생기거든요."
[안산그리너스FC 구단 고위 관계자]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구단도 동의를 하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A 선수를) 뽑았다고…"
김 단장은 채널A의 취재 요구에 "해당 의혹에 대해선 할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
Q1. 그러니까 이 사건, 안산시 프로축구단 선수영입 과정에서 비위의혹이 있다는 거잖아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입단테스트부터였습니다.
A 선수는 입단테스트 1차에서 탈락을 했는데, 리그 시작 직전인 지난달 31일, 구단이 갑자기 A 선수의 영입을 발표한 겁니다.
안산그리너스FC는 경기도 안산시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프로 축구단이고, 지난해 안산시가 구단에 지원한 시 예산만 36억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2. 요즘 시대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던 거죠?
먼저, 구단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안산그리너스FC 구단 관계자]
"지금 우리팀이 약한데,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뽑아야 되지 않겠어요? (A 선수 영입은) 독단적으로 단장님이 하신 거예요."
안산그리너스FC 구단 김복식 단장이 개입했다는 건데, 저희가 입단테스트 당시 평가표를 입수했습니다.
총 67명이 지원했고, 1차 테스트를 거쳐 이 중 14명이 2차 테스트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2명이 최종선발됐는데, A 선수, 67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1차 테스트에서 C등급을 받았습니다.
A 선수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선수들이 16명이나 됐고, 이 중 2명은 2차 테스트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1차와 2차 테스트에서 모두 A등급을 받고도 탈락한 선수가 2명 있었다는 점 때문에 공정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Q3. 자신의 지위를 선수선발에 활용했다는 얘기네요. 김 단장은 뭐라고 합니까?
오히려 안산시의원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복식 / 안산그리너스FC 구단 단장]
"우리가 지난해에 테스트를 봤잖아. 이기환 시의원이 문화복지위원장이라 지역 안배 차원에서 보강하라 해서 한 거 아니야."
김 단장이 언급한 이기환 시의원, 입단테스트 당시 A 선수를 특별추천한 인물인데, 지난주 채널A의 보도가 나간 이후에 입장문을 냈습니다.
"특정 선수를 특별추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전적으로 김복식 단장의 부탁 때문이었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김 단장이 직접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Q4.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구단 단장과 안산시의원 두 사람이라는 건데, A 선수와는 어떤 연관이 있나요?
두 사람 모두 A 선수 아버지와의 친분은 인정을 했습니다.
[김복식 / 안산그리너스FC 구단 단장]
"이기환 의원은 A 선수 아버지가 고향 동생인가 봐. 나도 잘 알아. (내가) ○○지역 명예군민이잖아."
[이기환 / 안산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A 선수 아버지가 ○○지역 출신이야. ○○지역 향우인데 김복식 단장과 잘 알고… 나에게도 전화 한번 왔더라고."
그런데 얘기를 잘 들어보면, 서로 상대방이 A 선수의 아버지와 더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선수선발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왜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5. 프로축구단의 선수영입을 둘러싼 논란, 이번 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해 말,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고종수 전 대전시티즌 감독에게 1심 법원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2018년 김종천 전 대전시의회 의장의 청탁을 받고 실력이 부족한 김 전 의장 지인의 아들을 테스트 합격자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혐의인데, 법원은 고 전 감독이 구단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고 전 감독에게 선수선발을 청탁한 김 전 의장에 대해선 뇌물죄까지 적용됐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