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조직적 은폐·회유ㆍ협박…女부사관 죽음 내몬 軍
[앵커]
성추행 사건 후 피해 사실을 적극 알렸지만, 보호 조치는커녕 조직 내 회유와 합의 종용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입니다.
정부와 국방부는 뒤늦게 엄정 수사를 다짐했는데요.
국방부 출입하는 신새롬 기자 나와 있습니다.
피해자 유족이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하루 만에 동참 인원이 청원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고요?
[기자]
네,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내용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여군 중사인 딸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도 작동되지 않았고, 정식 절차라며 피해자를 압박한 책임자들 모두 조사해 처벌해달라는 호소인데요.
이 애끓는 호소에 청원 등록 하루 만에 동의 국민이 3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앵커]
사건에 대해 좀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죠?
피해자는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유족들은 증언하고 있어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지난 3월 초, 20전투비행단 소속 A 중사는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선임인 B 중사에 의해 억지로 저녁 자리에 불려갔습니다.
그 후 귀가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는데요.
A 중사는 이튿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정식 신고했고, 두 달여 간의 청원 휴가를 요청해 받았습니다.
부대 전속도 요청했고요.
하지만 지난달 18일 휴가를 마친 A 중사는 전속 부대로 출근한 나흘 만인 22일에 부대 관사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 중사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OO 방지센터에도 전화를 했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장문의 메일을 써서 상담관한테도 보냈고,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살고자 하는 그런 의지가 있었던 아이예요." 가해자 그냥 안 놔두고 나 이렇게 힘들게 한 사람 그냥 안 둘 꺼야"라고 얘기했고요. 그러고 나서 저 안심시키려고 "엄마, 근데 나 OO은 안 할 거야" 전 그 말만 믿었어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날은 혼인 신고일이었고, 고인 스스로 마지막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족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고인의 참담한 심정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성추행이 벌어진 뒤 3개월, 그 시간 동안 군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
[기자]
네, 가장 기본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요.
사망 직후에도 공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논란이 커지자, 별개 수사가 진행됐던 사건을 통합하고,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하겠다고 했는데요.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치가 이뤄진 겁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피해를 호소하고도 3개월, 사망한 뒤로도 열흘, 그 시간 동안 대체 뭐 하다 이제야 나서는 건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겠죠.
[앵커]
때문에 "총체적인 피해자 보호 실패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서욱 장관이 오늘 오후 유족들을 만났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습니까?
[기자]
예, 서욱 장관은 유족들에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며 "철저히 수사해 중사의 죽음이 헛되게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러 가지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고 도움받아가면서 투명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 저도 사실은 이 중사와 같은 딸을 둔 아버지다. 딸을 케어한다는 마음으로 낱낱이 수사하겠다."
A중사의 아버지는 국방부 감찰단의 조사 결정에 감사하다며, 구속 수사를 강조했습니다.
"1차적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구속수사고 가해자 처벌, 2차 3차 가해자 처벌. 제일 우선은 우리 딸의 명예를 되찾는 순간까지 장관님께서 꼭 해결해주시면…"
[앵커]
면담이 이뤄진 직후,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도 전해졌죠.
[기자]
네, 국방부 검찰단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의 피의자 B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또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영장도 발부받아, 오후 3시쯤 피의자의 신병도 확보했습니다.
오늘 야간에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고요.
여기서 구속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앵커]
어쨌든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이 같은 일이 군 내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점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결코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2013년 강원 육군 부대에서 성추행을 당한 20대 여성 대위가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피해자의 호소를 들어보실까요.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하면서 매일 야간근무시키고 아침 출근하면서 야간 근무한 내용은 보지도 않고 서류 던지고 약혼자가 있는 여장교가 어찌해야 할까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해자의 마음이 와닿아 먹먹한 마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국방부는 당시 훈령을 고쳐 성 관련 군기 위반 사건 가해자는 물론이고, 묵인하거나 방조한 이들도 무관용 엄벌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던 거죠.
[앵커]
군 성범죄 근절 종합대책도 6년 전 마련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대책이 나온 건 2015년 3월입니다.
성추행·성폭행 가해자는 '원아웃' 퇴출을 원칙으로 하고, 성희롱 가해자는 진급을 금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성범죄는 계속됐습니다.
종합대책 발표 후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고요.
지난해만 해도 신고된 것만 200건이 넘습니다.
전문가들은 군내 성범죄가 이처럼 끊이지 않는 이유로 상명하복 문화를 지적합니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 상관이 부하의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시스템, 또 '징계 시 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