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또 터진 스포츠 악습…후배 괴롭혀 12년 자격정지
[앵커]
스포츠계에서 끊이지 않는 악습이 또다시 터졌습니다.
우리나라 여자 사격의 간판선수인 김민지가 수년간 후배를 괴롭혀 12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는데요.
스포츠문화부 이대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일어난 지 1년도 안 돼서 여러 선배 선수가 한 명의 후배를 괴롭힌 사건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다시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한 사격 선수가 선배들로부터 수년간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해 왔다는 주장이 사격연맹에 접수됐는데요.
연맹은 지난 2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인 스키트 사격 국가대표 김민지 선수에게 12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민지의 남편이자 전 국가대표 A선수는 11개월, 지방 실업팀의 B선수는 3년의 자격정지를 받았습니다.
[앵커]
후배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10년이 넘는 자격정지 징계가 나온 건 상당한 중징계로 보이는데요.
[기자]
대부분의 괴롭힘은 술자리에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김민지 선수는 술자리를 만든 뒤 억지로 후배 선수를 불러내 지속해서 폭언과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모른 척 허벅지나 무릎을 밟고 지나가고, 여기에 피해 선수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발언까지 이어졌습니다.
견디다 못한 피해 선수는 녹취와 증인 확보 등 철저하게 증거를 수집해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김민지 선수는 과거에도 선수촌에서 여러 번 음주를 하다 적발되는 등 합숙 규정까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맹은 언어폭력과 성희롱 등 인권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지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가해 선수는 우리나라 여자 사격을 대표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고요.
[기자]
1989년생인 김민지 선수는 고등학생 때인 2006년 국가대표가 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일찌감치 한국 여자 클레이 사격의 간판선수가 됐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포함해 아시안게임에서만 5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요.
지난달 열린 도쿄올림픽 대표선발전도 1위로 통과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제 다음 달이면 올림픽인데, 김민지 선수는 올림픽 출전이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맹은 2개월 이상의 자격정지가 내려질 경우 올림픽 출전 선수를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는데요.
12년의 징계가 내려지면서 사실상 김민지 선수의 올림픽 출전권은 박탈됐습니다.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 그 순간부터 선수 등록이 말소되므로 이번 징계 발표와 동시에 모든 선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서 쫓겨나게 됐습니다.
12년의 징계가 유지된다면, 2032년 올림픽까지 출전이 불가능합니다.
연맹은 대표선발전을 다시 개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지난 선발전 결과를 반영해 다른 선수를 대체 출전시킨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그러면 징계는 확정이 된 건가요.
[기자]
아직 소명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린 뒤 어제 각 시도 단체와 선수에게 징계 결과가 통보됐는데요.
규정에 따르면 징계 결과를 통보받고 7일 내로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60일 내로 재심을 마쳐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요.
최근 사회적 분위기라면 가해 선수들이 재심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징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앵커]
사격은 올림픽 효자 종목 가운데 하나인데, 다른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거 같습니다.
[기자]
이번 도쿄올림픽에 우리 사격은 12개 종목에서 총 16명의 선수가 출전합니다.
사격 종목에서 나온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 7개인데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한 사격 황제 진종오 선수도 이번 도쿄올림픽에 나서는데요.
연맹이 이번 일로 가장 걱정하는 것이 올림픽 출전을 앞둔 다른 선수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줬던 사격 선수들이 도쿄에서도 선전을 펼치길 기원합니다.
[앵커]
그리고 어젯밤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유상철 감독이 끝내 세상을 떠나며 국민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견뎌내고 이겨내서 다시 빠르고 빠르게 회복에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기자]
2019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던 유상철 감독이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어제 눈을 감았습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췌장암과 맞서 싸우며 기적적으로 병마를 이겨내는 듯했던 유상철 감독은 올 초까지만 해도 예능과 유튜브에 출연했는데요.
지난해 인천의 부진이 길어질 땐 전격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고, 최근에는 유소년 축구팀을 지도할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봄이 되면서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졌고, 암과 싸워 이기겠다는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앵커]
유상철 감독의 빈소에 축구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죠.
[기자]
유상철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장례 이틀째인 오늘 축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선홍과 최용수, 김병지, 이천수, 현영민 등 유상철 감독과 함께 4강 신화를 일궜던 주역들은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왔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유상철과 함께 중원을 지켰던 김남일 성남 감독도 최근까지만 해도 건강을 많이 회복한 걸로 보였는데 갑작스럽게 떠
났다며 황망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역시 금방 축구계로 돌아올 듯했는데 너무 빨리 떠나셨다고 고인을 기렸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스포츠문화부 이대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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