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여당, 후보까지 여권이 오늘 긴박하게 움직였는데요. 정치부 이현수 기자와 속을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Q. 이 기자, 먼저 대통령 메시지부터 뜯어보죠. 다소 모순적인 두 가지 단어를 썼어요.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 신속과 철저, 중 어디에 방점이 있는 겁니까?
대통령의 메시지, 제가 세어보니 모두 52글자입니다.
그 중 핵심은 바로 이부분, '신속', '조속히'에 찍혀있습니다
Q. 속도를 강조한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신속' '조속히' 라는 부분에 방점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조속히 수사해 혼란을 정리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또 대통령 메시지 안에는 어떻게? 라는, 수사 방식에 대한 지시도 담겨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적극 협력하여, 라는 부분이 있죠.
야권에서 특검을 도입해야한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 특검 도입에 선을 긋고 검찰과 경찰이 적극 협력하라는 거고요.
현 체제에서 검경이 적극 협력하거나, 검경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것 정도까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실체적 진실'이란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은 수사를 당부할 때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입니다.
참고로 앞서 대통령이 수사와 관련해 지시를 내린 것은 해군 성폭력 사건, LH투기 의혹 등입니다.
Q. 다음 궁금한 건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시점이에요. 대통령은 이재명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왜 오늘 냈을까요.
오늘이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이틀째죠.
왜 오늘일까, 답을 찾으려면 긴박했던 오늘 여권의 움직임부터 정리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 송영길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선 무효표 논란에 대해 "내일 최종 정리하겠다"라고 밝혔고요.
오후 2시, 대통령의 대장동 수사 관련 메시지가 긴급 브리핑으로 전달됐습니다.
곧바로 2시 30분.
이재명 경기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대장동 국감'이 될 경기도 국정감사에 현직 지사신분으로 참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Q.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일사불란한 모습 같은데요. 각자 속내는 다르겠죠?
문 대통령, 송영길 대표, 이재명 후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속내가 다르겠지요.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은요.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주는 부동산 이슈, 대장동 의혹 논란이 길어지면 문재인 정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아무래도 걸림돌이 되겠지요.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도와야 하는 만큼 내부 갈등을 빨리 봉합해야 하고요.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지요.
결국 '속전속결'이란 공동의 목표가 있지만 그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Q. 그러면 여당, 청와대, 후보 간에 사전조율이 된 거라고 봐야 할까요?
국민의힘은 논란을 빨리 끝내고, 이재명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여권 전체가 사전조율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사전조율이 아닌 각자의 필요에 의한 행동이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 지시라는 얘기부터, 이 후보까지 제대로 수사하라는 메시지라는 주장까지 의견이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진짜 의중은 무얼까 궁금해지는데요.
그제 경선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면 어느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후보가 후보로 확정된 뒤 이번 경선에 대해 "원만한 경선"이라면서 이 후보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지요.
만약 이 후보를 못 믿는다, 그래서 수사 지시를 내렸다면 바로 이틀 전에 저렇게 말했을까요.
Q. 설명을 들어보니 어렴풋이 대통령 의중을 알 것도 같네요. 신속에 방점이 있다면 검찰 수사, 곧 마무리 단계로 가는 건가요?
청와대나 민주당은 빨리 끝내기를 원하겠지만 수사라는게 일단 시작되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거든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오면 수사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사기관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런 것도 지시했다', 이런 명분 쌓기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Q. 송영길 대표는 내일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할 걸로 보이잖아요. 이낙연 전 대표는 승복할까요? 불복하고 법정 다툼까지 갈 분위기인가요?
현재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무효표 처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경선 불복은 아니다, 이의를 제기 하는거다라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내일 당무위까지 열려서 재차 '후보는 이재명이다', 이런 결론이 난 뒤에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 때는 정말 '불복'이 되는거라 신중할 수밖에 없을텐데요.
당의 공식입장이 나오는대로, 이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이현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