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이후 그녀들이 있었다…'시다' 이야기
[앵커]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전태일 열사 말고도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여성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어머니, 할머니가 된 그녀들의 빛나지만 아픈 청춘을 소환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합니다.
박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난한 형편 때문에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된다"는 아버지 때문에, 열세 살 어린 소녀들은 학교가 아닌 공장에서 세상을 먼저 배웠습니다.
재단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다락에서 하루 15시간을 일했지만, 생활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습니다.
"선풍기를 아침에 틀면 두시간쯤 있으면 날개가 안보여요, 먼지가 다 껴서…"
"잠바 속주머니를 공장장 몰래 생리대로 대신하면 사타구니가 아파서, 내가 이런 게 있어서 ('전태일 평전'을 읽고도) 눈물이 안났구나."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노동교실은 배움의 한을 풀고, 동료애를 확인하는 유일한 숨 쉴 곳이었습니다.
"계속 일만 하던 저희들에게 노동교실은 배움터였고 놀이터였고, 자신을 키워나가는 장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1977년 9월 9일 평화시장 노동교실 점거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사건이지만, 조합원들이 다치거나 구속돼 고초를 겪었고, 이들에겐 마음 한 구석 응어리로 남았습니다.
자식들에게 숨길 정도로 과거를 되짚는게 힘들지만,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함께 애썼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리란 기대감에, 그리고 어딘가에 여전히 위태롭게 놓인 노동자들을 위한 마음 때문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가능했고, 지금 (노동 운동) 하시는 분들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가는 방향을 찾는 게 제일 먼저가 아닌가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름 대신 '7번 시다' '1번 보조'로 불리며 빛나는 청춘을 묻어야 했던 이들.
영화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세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불러냅니다.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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