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을 도와야 할 기관이 오히려 탈북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무려 10년치 개인정보가 통째로 사라진 겁니다.
기가 막힌 건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정보를 도둑맞았다면 수습이라도 잘해야 하는데 1년 반을 어영부영 보냈습니다.
목숨 걸고 탈출한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렇게 야속한 짓을 하는 걸까요.
박수유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강원 북부 하나센터가 탈북민 관련 자료가 담긴 외장 하드디스크를 분실한 것은 2020년 8월입니다.
2010년 개소 이후 10년간 이 센터가 관리해온 탈북민 수백 명의 개인 정보와 상담자료, 센터의 사업자료 등이 담겨 있습니다.
쉬쉬하던 센터는 사건 발생 1년 2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국회의 지적을 받고서야 수사기관에 신고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 경찰 신고는 그보다 3개월 뒤인 지난 달에야 이뤄졌습니다.
사실상 사건 발생 후 1년 5개월 간 시간을 허비한 셈인데, 민감할 수 있는 탈북민 수백 명의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사용됐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은덕 / 검사 출신 탈북민]
"언제 탈북해 한국 어디에 살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북한에서 다 장악해요. 한국에서의 삶이 자유롭지 않고 공포를 느낍니다."
센터 업무 매뉴얼에는 보조저장매체 사용 시 잠금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하고 관리 대장도 작성하는 등 엄격히 관리토록 했지만, 관리 대장조차 제대로 적혀 있지 않는 등 평소 관리가 소홀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1년 5개월 간 사건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하나센터를 총괄하는 통일부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경북 하나센터가 해킹을 당해 1000명에 가까운 탈북민 정보가 유출되는 등 하나센터의 보안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채널A 뉴스 박수유입니다.
영상취재 김홍진
영상편집 형새봄
박수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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