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원-하청' 갈등…'대우조선' 판박이
[앵커]
하이트진로 운송 노동자들의 농성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운임 인상 문제로 시작된 갈등은 이제 민형사상 책임 문제까지 겹쳐 점점 풀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가 봉합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원-하청체 제의 구조적 문제가 또 한 번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상률 기자입니다.
[기자]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렇게 도로로 나와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염려해 본사 앞에는 저렇게 에어메트도 설치돼 있는데요.
사측과 노동자들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요.
지난 6월, 화물연대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있는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농성을 시작합니다.
운임을 올려달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사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원 공장에서도 통행로 점거 농성이 진행됩니다.
결국 핵심 간부 3명이 구속되고, 하이트진로는 집회 가담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갈등이 극으로 치닫자, 며칠 전 화물연대는 본사를 점거하기에 이릅니다.
핵심은 역시 운임료 인상.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15년간 변한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희가 2009년에 -8.8% 운임 삭감이 있었지 않습니까. 삭감된 부분에서 어느 정도 보존, 복구가 되어야 하는데 세 차례 운임 협상 동안 7.7% 인상이 된 거예요. 그럼 -1.1%입니다. 그럼 저희는 15년 동안 무엇을 가지고 생활을 했을까."
사측은 '계약 당사자는 우리가 아닌 위탁 자회사'라면서도 유가와 연동한 운임으로 인해 생긴 셈법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15년 전에 오일쇼크 등을 통해서 유가연동제를 저희가 처음 적용한 해에요. 유가가 높을 때는 운임료의 단가가 더 높게 반영이 되고 유가가 떨어질 때는 그만큼 반영이 되는 걸로…(유가가) 가장 높았을 때와 낮았을 때, 이런 것들을 고려해 봤을 때 상호 간 계산법이 다르지 않나."
지난 15년간 운임료 인상 내역 및 지급분을 확인해 보려 했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위탁 회사의 계약 내용"이라며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임료로 시작한 갈등은 '운송 기사 복귀' 문제로 번졌습니다.
화물연대는 사측이 농성에 나섰던 노동자 100여 명의 계약을 무더기로 해지했다며 즉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사측은 지난 8일 하이트진로 화물 차주들이 받은 메시지에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에 대해선 민형사 절차를 취하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12명에 대해서만 계약 해지를 인정했습니다.
"계약 해지를 통한 실질적인 33명의 해고자들도 있고요. 실질적으로 정확한 수는 파악이 안 되지만 50~60명, 많게는 100여 명 가까이 계약 해지가 된 것으로"
화물연대 측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노동자 명단을 요청했지만, 아직 파악 중이라는 이유로 확인은 어려웠습니다.
노동부는 노사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뒤로 빠져있고, 하이트진로는 "계약 당사자는 위탁 회사"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
제도적 공백 속에서 비롯된 원-하청 노사 갈등이 또 한 번 출구를 찾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을 향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박상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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