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풍 직격타를 맞은 포항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끝이 없는 복구 작업에 종일 바빴습니다.
추석 대목은 고사하고 팔 수 있는 상품도 몇 남지 않아 한숨이 가득했습니다.
배영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물이 빠졌지만 시장 골목은 온통 진흙밭입니다.
폐허가 된 가게를 치워보지만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아온 가족들도 복구에 팔을 걷었습니다.
[장은정 / 경기 포천시]
와서 보니 어르신들이 정신을 못 차리시더라고요. 넋을 잃고 아무것도 손을 못 대고 저희들이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장종찬 / 오천시장 상인]
"고맙고말고, 그걸 어떻게 말로 다 해요."
대목을 앞두고 준비했던 상품은 고스란히 못쓰게 됐습니다.
물로 닦아내 보지만 파는 건 엄두도 안 납니다.
[정숙자 / 오천시장 상인]
"자식들 주든지 해야지 어떻게 해요. 아까워서. 모두 새것이었어요."
보고 싶은 자식들이지만, 이번엔 오지 말라며 생이별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조선출 / 오천시장 상인]
"자식들 오면 뭐 합니까. 물도 없고 그런데 오면 해줄 수도 없고, 못 오게 신신당부 해놨죠."
일부 시장은 임시로나마 복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모처럼의 명절 대목을 놓칠수는 없지만, 상인들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양필남 / 구룡포 시장 상인]
"며칠 장사 안 하고 계속 이거 뜯어내고 청소하고 대목은 봐야 하니까. 억지로 하는 거죠. 더 청소할 것도 많은데."
시장이 다시 열었다는 소식에 사람들도 모여들었습니다.
기껏 준비한 차례 음식이 물에 잠기거나 휩쓸려가는 바람에 다시 장을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정창조 / 경북 포항시]
"냉장고가 물에 잠겨서 냉동실에 넣어놓은 고기를 다 버리고 새로 사는 거예요. 조상에 대한 (차례는) 지내야 하니까."
포항 주민들은 유례 없는 태풍에 한 때 망연자실했지만, 이웃들의 도움 속에 조금씩 힘을 내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배영진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승
영상편집 :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