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이 없는 상대방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거는 행위를 스토킹 범죄라고 볼 수 있을까?
최근 판결을 보면 재판부의 판단이 갈립니다.
관련 사건 판결문 두 개를 분석해봤습니다.
먼저, 지난 8월부터 한 달 반 동안 전 연인에게 29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30번 넘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40대 남성은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가 전화 대부분을 무시하거나 수신을 차단했어도 집요한 연락에 공포심을 느꼈을 거라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다른 판단도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석 달 넘게 발신자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고, 4시간 동안 10번 연속 전화를 한 50대 남성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심지어 이 남성은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법원 통보 이후에도 계속 전화를 걸었습니다.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른 이유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보입니다.
현행법은 '전화나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글이나 말, 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합니다.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부재중 전화의 흔적이 '글'이 도달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반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벨소리 그 자체만으로는 음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한 겁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준으로 삼을 만한 대법원 판례가 없다 보니 하급심 판단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이은의 / 변호사 : 대법원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다수의 판결 같은 것들이 나온 바가 없어서 지금 하급법원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고.]
스토킹처벌법은 시행된 지 1년 정도 지났습니다.
아직 법 시행 초반이라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그만큼 사건 관계자들의 혼란도 당분간 불가피해 보입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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