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 둘러싼 갈등 격화
[앵커]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오늘 오후 1시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예고했는데요.
현재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박상률 기자, 전해주시죠.
[기자]
네, 서울광장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서울시가 행정대집행, 쉽게 말해 강제 철거를 할 수 있다고 밝힌 시한이 약 40분 전인 오늘(6일) 오후 1시까지입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시민대책위는 분향소를 아직 철거하지 않았는데요.
당장 서울시가 강제 철거에 나서지는 않습니다.
시는 오전에 브리핑을 열고 "2회 이상 계고한 뒤 행정대집행을 하는 게 판례"라며 이번 철거 통보는 1차 계고라고 설명했습니다.
1차 계고 때 이틀의 철거 기한을 준 만큼 2차 계고 때도 며칠의 말미를 줄 것으로 보여 실제 강제 철거는 당장 이뤄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유가족 측은 조금 전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분향소 철거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럼 서울시가 오늘 2차 계고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아직 정확히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시에서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2차 계고를 그리 오래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의 대화 의지가 부족한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데요.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녹사평 역사 내에 추모 공간을 제안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시가 형식상 할 수 있는 건 충분히 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왜 유가족들은 굳이 기습적으로 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겁니까.
[기자]
아마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울시 입장부터 설명드리면 시에서는 광장을 이용하는 '원칙'의 문제라는 게 핵심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서울 광장을 이용하려면 시의 허가가 우선인데, 허가 없이 무단으로 분향소를 설치한 건 용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자식들을 떠나보낸 안타까운 참사였음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예외를 인정하게 되면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거죠.
특히 광화문 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참사 분향소를 떠올려 보면요.
설치 약 5년 만에 철거가 됐는데 처음 설치 때와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들과 여러 번 충돌을 겪기도 했죠.
한때 첨예한 사회적 갈등의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대로 유가족들의 입장을 설명드리면,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지자체입니다.
그런데 시가 제시한 건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분향소를 마련하라'는 거죠.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려면 녹사평역을 찾아 지하 4층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유가족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제안입니다.
개방된 공간이자 상징적 의미가 있는 서울 광장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겠다는 일종의 호소인 셈입니다.
유가족들은 단 한 차례도 정식으로 조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당장 강제 철거로 이어지진 않을 것 같은데,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무엇보다 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미 우리는 녹사평역 추모 공간을 제안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고, 유가족은 분향소 철거는 절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접점이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지난 주말인 4일에도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대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하지 말라고 했고, 유가족 측은 강행했습니다.
이미 갈등은 쌓여 오고 있었고, 지금 격하게 표출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유가족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사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광장에서 연합뉴스TV 박상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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