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Q1. 박 기자, 이제껏 보지 못한 수법인 것 같아요.
노숙인 명의는 여태 많은 범죄에 이용됐지만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보다 조직적이고 기업형입니다.
우선 신용등급 등을 따져 노숙인 수백 명을 섭외하고 개인 계좌를 일일이 만드는 게 아니라 대범하게 아예 유령 법인을 만들고 법인 계좌를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선 노숙인 1명의 이름으로 법인을 만든 뒤 이 법인 아래 여러 개 지점을 다단계처럼 설립하는 방식으로 법인 계좌를 60개가량 우후죽순 불리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령 법인만 모두 528개.
법인 명의 대포통장은 그 두 배인 1048개입니다.
그리고 이 통장으로 거래된 돈만 12조 8천억 원에 달합니다.
노숙인 외에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생 명의를 빌려 썼는데 꼬리가 잡혀도 바지사장과 유령 법인만 잘라내면 돼 전체 조직의 적발이 쉽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Q2. 원룸에 있던 노숙인들이 체포됐는데 조직이 감금하고 그런 건 아니죠?
노숙인 이름을 빌리는 대가로 조직이 이들에게 제공한 건 숙식 제공과, 주당 20만 원, 즉 월 80만 원의 수당이었습니다.
교도소 동기로부터 '원룸에 숙식 제공'이란 정보를 듣고 자발적으로 포섭된 만큼 감시도 가혹행위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동네로 나가 맥주 한 잔하는 것도 용인될 정도였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추위에 떨고 직업도 없는 상황에서 감지덕지했을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완전히 종속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값싸게 구한 바지사장인 만큼 조직 역시 도망가거나 범죄 신고를 못 하게 하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관리만 한 것으로 보입니다.
Q3. 1천 개 넘는 대포통장이 유통된 것인데 은행은 전혀 몰랐나요?
'법인 명의 통장'이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법인 명의 통장은 법인등기부등본과 사업자 등록증 등 일정 조건만 갖추면 허가가 나기 때문인데요.
노숙인 같은 법인 대표는 이때 한번 신분증 들고 가는 게 끝입니다.
이렇게 법인 계좌가 열리면이 후부터 지점 계좌 수십 개를 여는 건 일도 아닙니다.
노숙인 개인이 아닌 유령 법인 차원에서 모든 게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Q4. 이름만 빌려줬다 해도 노숙인들도 처벌받죠?
가담 정도가 상당하고, 처음부터 범행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방해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노숙인 3명 중 1명은 이미 구속된 상태인데요.
결국, 유통조직 총책과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아는 기자였습니다.
박자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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