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늑대 전사와 판다 외교관.
중국의 외교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동물들입니다.
지금은 거칠고 무자비한 늑대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만 중국은 이 판다를 우호의 상징으로 삼아 세계 각국에 선물로 보냈습니다.
'아이돌'급 관심을 받기도 하는데 이 판다 선물에도 중국의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합니다.
세계를보다, 전혜정 기자입니다.
[기자]
대나무를 우걱우걱 씹으며 맛을 즐기는 자이언트 판다.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는 관람객들은 애를 태웠습니다.
[다카미치 마쓰이 / 관람객]
"판다가 일본에 남아있길 바랐어요. 오늘 방문객도 많네요. (중국 귀환을) 안타까워 하는 팬들도 많고요."
2017년 일본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태어난 '샹샹'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5차례 반환 연기 뒤 일본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관람권을 놓고 경쟁률은 70대 1까지 치솟았습니다.
[도쿄 시민]
"정말 슬퍼요. 눈물이 계속 나네요."
샹샹 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여한 판다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
쓰촨성이 고향인 판다는 1800마리 밖에 없는 희귀종으로 중국을 방문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선물 받은 판다 한 쌍부터 외교 수단이 됐습니다.
같은 해 중일 국교정상화를 계기로 일본에도 한 쌍이 건너갔고, 북한도 5마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왕원빈 / 중국 외교부 대변인]
"샹샹은 일본 내 다른 판다들처럼 중일 간 우정에 독특한 기여를 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21개국에 판다 70여 마리를 대여 중입니다.
작년에는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에도 중동 가운데 처음으로 보냈습니다.
관계 개선이 필요한 곳에만 선물하는 '판다 외교'는 상대국에 호감도를 높여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정태 /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감소시키는 것(목적)이었어요. 일대일로 등 다시 중국 위협론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판다를 통해 (중국의 이미지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국경 분쟁으로 대립 중인 인도가 14번이나 요청한 판다 대여에 대해선 묵묵부답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를 명목으로 1984년부터 해마다 한 쌍에 대해 13억 원의 임대료도 받고 있습니다.
돈벌이 도구로 삼는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가운데 입맛이 까다로운 판다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 캐나다 등은 조기 귀향을 결정했습니다.
판다의 건강이 나빠지면 양국 감정도 미묘하게 대립합니다.
20년 전 미국에 온 수컷 판다가 숨지자 중국은 사인 조사에 나섰고, 학대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암컷 판다를 즉시 데려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호의 상징으로 파견된 판다들이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외교 사절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각국은 숨겨진 속내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를보다 전혜정입니다.
영상편집 방성재
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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