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차량 급발진 사고는 의심은 되지만 증명이 어려워 늘 논란이 크죠.
지난해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를 잃은 할머니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됐는데요.
국과수 감식 결과 차체 결함이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강경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교차로에서 멈추려던 SUV 승용차.
갑자기 돌진하면서 앞선 차량을 들이 받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운전자]
"이게 안 돼, 도현아, 도현아, 도현아."
사고 차량은 이곳 지하통로에 추락하면서 통제불능의 질주를 멈췄는데요.
석달이 지났는데도 주변엔 부서진 부품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오늘 첫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할머니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사고 차량의 전자제어장치 ECU 분석 결과, 1차 추돌 직전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꿔 경보음이 울렸고, 1차 추돌 직후 다시 주행으로 바꿔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겁니다.
할머니 측은 ECU 자체의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라고 맞섭니다.
[하종선 / 변호사]
"(급발진 사고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해서 발생하는 건데, 그 부분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습니다."
돌진하는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선명하지만, ECU는 주행 상태로 잘못 기록됐다는 겁니다.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꿔 1차 추돌했다는 경찰 분석도 반박했습니다.
2018년형인 사고 차량에는 추돌 위험이 있으면 자동으로 멈추는 긴급 제동장치가 달렸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특정 조건에서만 만들어지는데 그 재현이 쉽지 않은 거예요. 과학적으론 급발진이 없다, 제조사는 이렇게 주장하는 거죠."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
"사고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뜻은 결국 운전자가 실수했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한 건도 승소한 경우가 없습니다. 40년 동안에 없습니다."
숨진 아들의 아버지는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에 돌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상훈 / 고 이도현 군 아버지]
"어머니가 죄가 있다고 하니 유가족인 저희가 이 모든 상황을 입증해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고…"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이태희
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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