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산불이 3.6킬로미터 떨어진 해안가 펜션단지를 덮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이었습니다.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린 현장을 강경모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산불이 지나간 해변 일대 펜션단지.
주말만 해도 나들이객들로 북적였건만 이젠 모두 타버려 앙상한 뼈대만 남았습니다.
곳곳에 널브러진 잔해는 화마의 위력을 실감케 합니다.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연상케 합니다.
네 가족이 단란하게 살던 집도 송두리째 사라졌습니다.
아이들 물건이라도 건져볼까 했건만, 모두 타버려 건질 게 없습니다.
가족들에겐 걱정할 거 없다고 의연한 척 했지만 처참한 현장 앞에선 끝내 눈물이 터집니다.
[최영주 / 이재민]
"'우리 집도 없고' 그러니까 아이가 '내가 좋아하는 인형이랑 장난감들도 다 타고 없는 거야. 그리고 엄마, 나 옷이 한 개 밖에 없어, 잘 때는 뭐 입고 자' (물어보더라고요.)"
화마가 휩쓸고 간 차량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는데요.
바퀴는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난곡동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습니다.
불과 30분 만에 3.6㎞ 떨어진 펜션단지를 덮쳤고 해안가와 경포호까지 확산됐습니다.
송진을 잔뜩 머금은 소나무 군락지 역시 피해가 컸습니다.
곳곳이 검게 탔고 바로 옆 마을은 폐허가 됐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큰 아름드리 소나무도 산불 위력에 허리가 90도로 꺾였습니다.
산불로 펜션 건물 다섯 동을 모두 잃은 주민, 코로나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는 희망도 잠시, 한순간에 모든 게 끝나버렸다며 허탈해합니다.
[이성호 / 펜션 업주]
"(코로나) 3년 어떻게든 버텨본다고 대출도 받아보고 이것저것 해서 다 버텨봤는데. 이렇게 되니까 머리도 비어 있고 아무 생각도 없어요."
산불은 꺼졌지만, 화마로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차태윤
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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