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숨죽이고 있던 외로운 늑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로부터 고립된 이들이 그동안 쌓아둔 분노와 극단적이고 그릇된 신념을 범죄로 표출시키는 겁니다.
그런 이들이 노리는 타깃은 정치인들입니다.
이 늑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은밀하게 테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성규 기자입니다.
[기자]
수갑을 차고 이동하는 인도의 전 연방의원과 동생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집니다.
잠시 뒤 기자들 사이에 숨어 있던 괴한 3명이 다가와 수차례 총을 쏩니다.
2019년부터 수감 중인 조직폭력배 출신 아티크 아마드 전 의원과 동생이 현장에서 즉사하는 모습은 인도 전역에 생중계됐습니다.
국수주의 힌두교도인 범인들은 무슬림 지역에서 의원을 지낸 아마드를 살해한 뒤 범행 현장에서 무슬림 타도 구호도 외쳤습니다.
[비자이 미슈라 / 아티크 아흐메드 변호인]
"아티크 일행이 법원에서 나왔을 때는 경호를 잘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병원에 갈 때는 고작 6~7명의 경찰만 보였을까요?"
탈레반과 IS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잇따르는 파키스탄에서도 한 달 전 차로 이동하던 지역 정치인 등 10명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정치인을 노린 테러는 민주주의가 일찍 정착한 선진국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장음]
"위험해! 위험해!"
지난 주 일본에서는 선거 제도와 정치에 불만을 품은 24살 청년이 지방 선거 유세 지원에 나선 기시다 총리를 향해 사제 폭탄을 던졌습니다.
사제 총격에 아베 전 총리가 피살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두 달 전 미국 뉴저지주에선 시의원 2명이 일주일 간격으로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폭행 테러도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그리스 전 재무장관은 식사 도중 2015년 구제 금융안 합의에 불만을 품은 괴한들로부터 습격당해 코가 부러졌고, 작년 10월 미국 권력 서열 3위였던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한 괴한에게 둔기로 머리를 맞았습니다.
[펠로시 전 의장 남편 피습 당시]
“(망치 버리세요.) 싫어요.”
2001년 9.11 참사로 대표되는 과거 테러들은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조직의 범행들이었습니다.
최근 테러 중에는 배후 조직 없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가 정치에 불만을 품고 벌이는 단독 범행이 부쩍 늘었습니다.
[토마스 브레이디 / 듀페이지 칼리지 교수]
"누군가 이런 범행을 하는데 아무도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을 때 이것은 아주 무서운 것이 됩니다."
외로운 늑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인 성향을 키우며 공격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테러는 또다른 모방 범죄로도 이어집니다.
[이만종 / 한국테러학회장]
“SNS는 하나의 요람이다. 개인적인 내세움이라든가 왜곡된 과시욕이라고 할까요. 극단적인 이념들로 동화된다든가 하면 (테러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은밀하고 돌발적인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들을 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성규입니다.
영상취재: 이호영
영상편집: 이태희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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