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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육성 회고록 〈2〉
“천황 폐하!”
1998년 10월 7일 김대중 대통령(DJ)의 일본 국빈 방문 첫날. 도쿄 황궁에서 열린 만찬장이 잠시 술렁였다. 김 대통령이 아키히토(明仁)를 향해 ‘천황 폐하’라고 부르며 깍듯이 예우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천황 폐하 내외분” “천황 폐하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길…”이라며 극존칭을 썼다. 당시 국내에서 주로 쓰던 ‘일왕’ ‘국왕’ ‘일황’이란 호칭의 벽을 깬 파격이었다.
일본이 천황 부르니 우리도 그대로 해야
DJ는 생전의 구술 동영상에서 “우리 안의 열등감”을 지적하며 천황으로 올려 부른 경위를 설명했다.
“영국은 여왕이라 하니까 우리가 여왕이라 부르고, 스페인은 황제라고 하니까 황제라 불러준다. 미국은 대통령이라고 하니까 대통령이라 불러주고, 일본 사람은 자기들이 천황이라고 하니까 우리가 그대로 불러주면 된다. 왜 우리가 따로 이름을 붙이는가. 잘못된 일종의 열등감이다. 외교적으로도 결례다. 천황이라고 하자.”
문재인 정권 시절 ‘친일 토착 왜구 몰이’가 성행했다. 사회 일각에서 천황 대신에 일왕으로 깎아내리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천황이란 존칭에 대해 ‘자존심 상한다’ ‘굴욕적이다’는 이유를 댔다.
그날 천황 주재 만찬에서 DJ는 일본의 과거사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일본 사람이 숭배하는 천황에게 따지는 것은 일본 국민 감정상 좋지 않다. (천황은) 과거사와 관계도 없는 사람이고, 정치와 관계가 없는 상징적 존재다.”
아키히토 천황은 일제 강...
기사 원문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4442?cloc=dailymo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