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에서 해고당한 노동자가 부당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내 최종 승소했지만, 결국, 스스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복직 후에도 부당한 대우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는데, 밀린 임금을 달라며 낸 소송까지 2년 넘게 1심 선고조차 이뤄지지 않아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고 호소했습니다.

홍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KT의 공중전화 관리와 휴대전화 수거 업무 등을 하는 자회사 'KT링커스'에 2013년 입사해 6년간 일한 최양식 씨.

'모바일 서포터'란 이름을 달고 일했지만, 실상은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각종 수당은 물론 퇴직금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만큼 임금을 달라며 동료들과 함께 노동청에 진정을 냈지만, 회사는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최 씨는 부당 해고임을 판단해 달라며 지난 2019년 법원에 소송을 냈고, 3년 만에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최양식 /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 '이제 다 끝났구나, 다 끝나서 원직에 복직할 수 있겠구나.'했는데….]

그러나 대법원 판결 후에도 회사 측은 최 씨를 원래 일하던 사무실이 아닌 본사로 복직시켰습니다.

정해진 자리도 없이 회의실에 앉힌 채 별다른 업무를 주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는 게 최 씨 주장입니다.

최 씨는 부당 해고로 받지 못한 임금 1억여 원을 청구한 소송 결과를 기다리며 버텼지만, 1심 선고는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소송 도중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바뀐 데다,

새 재판부가 최 씨와 비슷한 이들이 낸 다른 법원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해 재판이 공전한 겁니다.

최 씨 측은 이미 대법원에서 부당 해고가 인정됐고, 회사 측과 의견 차이도 상당히 좁힌 만큼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습니다.

반면 회사 측은 최 씨 외의 다른 원고에 대해선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 법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다른 법원 사건을 지켜보자고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 씨 측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으니 사건을 분리해 자신만이라도 먼저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복직 후 1년 넘게 버텨오던 최 씨는 결국, 지난 3일 회사에 스스로 사직서를 냈습니다.

[최양식 /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 대법원까지 갔다 오는 데도 너무 힘들었고, 복직해서도 원직 (복귀)도 안되는 상태에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고…. 그것(소송)... (중략)

YTN 홍민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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