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명암 엇갈린 승부수…되짚어본 단식의 정치

연합뉴스TV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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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명암 엇갈린 승부수…되짚어본 단식의 정치

[앵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와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나흘째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선 방현덕 기자가 정치인 단식투쟁의 명암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시작한 제1야당 대표의 단식.

대화나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몸을 스스로 던진 마지막 승부수라는 평가도 있지만, 계파간 갈등이나 검찰 수사 앞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그리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꼭 이렇게 해야 되느냐, 이런 말씀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대답은 그렇습니다.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그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면 되는 것인데 왜그렇게 자꾸 민생 발목잡기를 하시는지 참 답답합니다."

스스로 곡기를 끊는 단식 투쟁. 정치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식이자, 최후의 수단입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 파장이 컸던 단식 투쟁은 아마 권위주의 정권에 맞섰던 이 두 명의 사례였을 겁니다.

1983년 야인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활동 규제와 언론통제 철폐 등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23일 동안 단식 투쟁을 했습니다.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도 요구가 수용되진 않았지만, 전두환 군부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지방자치제 시행과 내각제 개헌 포기를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갔고,

13일간 이어진 끝에 이듬해 지방의회라는 부분적인 형태로나마 지방자치제 도입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들의 단식은 권위주의에 맞선 저항의 수단이었고, 지지도 따랐습니다.

아마도 민주화라는 큰 명분에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민주 정부 출범 이후 단식은 특정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격이 바뀐 모습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라크 파병, 한미 FTA 같은 현안 현안마다 단식하는 정치인이 등장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세월호 특별법 등을 놓고 당시 의원 신분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권의 단식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정부 때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8일간의 단식 끝에 이후 이른바 '드루킹 특검'이 합의됐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농성 열흘 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받았습니다.

"나는 건강해요. 나는 건강하니까 (선거법 개정 논의를) 오래 끌으시라고. 오래 끌다가 죽을 때쯤 돼서든…"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저지를 주장했는데, 8일 차에 의식을 잃으며 빈손으로 끝내야 했습니다.

단식 투쟁을 통해 의도했던 바를 관철하는 경우도, 관철하지 못해도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식의 방식 등 부수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단식의 명분이나 진정성에 빛이 바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측근 비리 특검 거부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죠.

단식 초기 쌀뜨물을 마시는 모습이 곰탕이냐 아니냐의 해프닝으로 번지며 정작 단식의 명분은 퇴색했습니다.

2016년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로는 초유의 단식을 벌였습니다.

"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농림부 장관 해임안 상정에 항의하는 취지였는데, 비공개 단식이다, 국정농단 사태 물타기다, 논란이 이어지며 일주일 만에 중단됐습니다.

오로지 역효과만 부른 사례도 있습니다.

2019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에 반대하며 벌인 릴레이 단식. 돌아가면서 5시간 반씩 굶는, 단식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여론의 거센 비판만 받고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령은 실종되고, 극한 대치와 투쟁이 여의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만이 풀 수 있는 민생 현안이 진전 없이 쌓여만 가는 상황에서,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입맛이 씁쓸해지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PD 김선호
AD 이영은
송고 방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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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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