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급커브 구간이나 내리막에서 차량 추락을 막아주는 게 가드레일이죠.
그런데 낡고 허술해서 생명막 역할을 못하고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지금은 어떤지 <다시간다> 이솔 기자가 현장 점검했습니다.
[기자]
가드레일이 맥없이 뜯긴 채 쓰러져있습니다.
4년 전 강원도 삼척의 급커브 구간에서 승합차가 가드레일을 뚫고 튕겨 나가 4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습니다.
급커브가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산길.
낭떠러지 옆에 가드레일이 새로 설치돼 있고, 속도제한 표지판도 세워졌습니다.
여전히 이곳 옹벽에는 차량이 들이받은 흔적이며 유리 파편이 남아있는데요.
이곳 절벽의 가드레일은 사고가 난 뒤에야 5등급으로 교체됐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차량이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가는걸 막아주는 가드레일.
2001년부터는 가드레일의 성능을 시험한 뒤 등급을 매겨 도로 위험도에 따라 설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전에 설치된 오래된 '무등급' 가드레일입니다.
가드레일 성능 시험 당시 영상입니다.
안전 등급을 받은 가드레일은 대형 화물차량이 부딪치자 차를 받치며 방향을 바꿔줍니다.
반면, 무등급 가드레일과 충돌한 화물차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굽니다.
[장형준 / 가드레일 제조업체 상무]
"차량 내에 탑승돼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가드레일이) 버틸 수 있는지, 아니면 (차량이) 전복되거나 이런 경우는 다 불합격이죠."
전문가와 함께 사고현장 인근 도로들을 점검해봤습니다.
굽은 도로 옆은 6m 높이의 가파른 바위 절벽.
[변동섭 / 교통사고 감정사]
"고위험 구간에 해당이 되니까 차량이 절대 추락해서는 안 됩니다. 추락을 했다 하면 치명적으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할 정도로 충격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고강도의 5등급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하는 고위험 구간이지만, 이렇게 무등급 가드레일이 설치됐는데요.
심지어 볼트가 곳곳에 빠져있어 발로 조금만 밀어도 전체가 흔들립니다.
기둥 뽑힌 가드레일이 그대로 방치된 곳도 있습니다.
커브와 경사가 심한 위험 구간 상당 부분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도에 속하는데, 지자체도 국토교통부도 가드레일 교체는 뒷전입니다.
[강원도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
"지금 저희 지방도에 아직 무등급인 데가 좀 많이 있거든요. 한 번에 싹 바꿔버릴 수 있는 예산이 다 내려오는 게 아니다 보니까."
[국토교통부 관계자]
"우리가 하는 거는 고속도로, 일반 국도까지만. 지방도 것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방도는 지자체에서 자기가 다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로 책임을 떠미는 사이 시민 안전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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