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대문에 길게 늘어선 노란 천막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노점 시장인데요.
손님 많다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게 알고 보면 이 물건들 다 '짝퉁'입니다.
단속을 해도 오히려 국내 유명 브랜드 짝퉁을 사 가는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시 간다, 김태우 기자입니다.
[기자]
길가에 길게 늘어선 노점상들.
국내 최대 짝퉁 시장으로 꼽히는 새빛시장입니다.
대대적인 단속으로 잠시 사그라들었던 짝퉁 판매업자들이 최근 상품 종류를 바꿔 다시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베껴 만든 짝퉁 지갑과 벨트, 옷들이 매대 가득 진열돼 있습니다.
해외 명품을 위조한 제품 사이로 한국 브랜드를 그대로 카피한 상품이 눈에 띕니다.
국내 브랜드 제품을 본떠 만든 짝퉁, 그러니까 가품 티셔츠입니다.
정품은 30만 원대에 팔리지만, 이곳에선 단 돈 3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안경점에서는 국내 브랜드를 베껴 만든 짝퉁 안경테를 판매 중인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입니다.
[현장음]
"매장에선 35만 원 줘야 되는데, (여기서는) 3만 원. 일본 손님들은 막 사 가지."
어느새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짝퉁 'K-브랜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이 곳이 관광 필수 코스가 됐습니다.
[스웨덴 관광객]
"인터넷에서 '한국 야시장'을 검색했더니 이 곳이 제일 먼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구경하러 왔어요."
외국인 방문 선호도 1위 남대문 시장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현장음]
(한국 브랜드 어떤 게 있어요?)"○○○, 아니면 ○○○ 이런 거…"
K팝 등 한류 열풍으로 국내 브랜드의 위상이 함께 높아지자 짝퉁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겁니다.
[일본 관광객]
"남편이 ○○○(한국 브랜드) 디자인을 좋아해요. (백화점 말고 여기서 사시는 이유가?) 싸니까요."
관할 구청과 경찰, 특허청이 불시 단속을 벌이지만 역부족입니다.
상인들은 단속 정보를 공유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재빨리 불을 끄고 상품을 차에 옮겨 싣습니다.
[현장음]
"(영업 끝났어요?) 단속이 들어와서."
최근 짝퉁 K-브랜드를 찾는 외국인 대상 매출이 높아지다 보니 단속을 피해 영업을 이어가는 겁니다.
상표권을 침해당한 국내 브랜드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속만 타들어갑니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
"사실 저희(피해 브랜드)는 가서 그걸 못하게 할 아무런 권한이 없잖아요. 소비자 인식 개선, 이런 쪽으로 일단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짝퉁이 한국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만큼 단속 인력을 늘리고, 위조품에 대한 신고를 적극 유도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다시간다 김태우입니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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