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민족 대축제인 추석 연휴였죠. 가족끼리 나들이를 가거나 성묘를 가는 등 다양한 명절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삼삼오오 극장으로 발을 돌리는 가족도 많았습니다. 올해 추석 스크린 성적표를 헤럴드팝 김은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올해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 주말부터 대체공휴일까지 4일간 휴일이 이어졌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해 하루 짧아진 기간으로 스크린 전쟁도 치열했을 것 같습니다. 결과 어땠나요.
A) 스크린 대목 중 하나인 추석을 잡기 위해 국내외 영화들이 속속 개봉했습니다. 추석 연휴 시작주인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들만 해도 한국영화 [탐정:더 비기닝]과 할리우드 영화 [인턴]을 비롯해 무려 9편이었습니다. 물량 공세 속에서도 대작은 하나였습니다. 추석 전 개봉해 승기를 잡은 한국영화 [사도]의 위력은 지칠 줄 몰랐는데요. 바로 어제까지 박스오피스를 보면 개봉 14일 만에 479만 명을 동원하면서 가장 크게 웃었습니다. 특히 추석 연휴인 26일부터 4일간 누적 관객의 절반 가까이 해당하는 219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건데요. 한마디로 적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1232만 명으로 역대 흥행 8위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도 빠른 인기 속도입니다. 물론 [사도]는 지난 24일 전일 대비 20%포인트 하락하다가 추석 대목인 25일 100%포인트 상승하면서 흥행 탄력을 받은 경우라 그 기운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도]에 이어 권상우와 성동일 콤비의 [탐정:더 비기닝]이 113만 관객을 끌어 모았고요. 전편의 후광을 업은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 79만 명을 동원하며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올해 최고 기록이자 역대 3위 기록인 1321만 명을 돌파하고도 두 달 가까이 흥행 엔진을 끄지 않은 [베테랑]이 31만 명이나 모으며 흥행 6위에 오른 것도 인상적입니다.
Q) [사도]의 흥행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면 [탐정:더 비기닝]의 흥행은 조금 의외입니다.
A) 네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다크호스라 부를 만합니다. [탐정:더 비기닝]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요. 추석 연휴 전날인 24일 개봉해 일주일도 채 안 돼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 개봉해 400만 가까이 불러들인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의 흥행 속도와 비슷한데요. 인기 배우 권상우가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으나 전작인 한국영화 [통증] 흥행 참패를 겪은 뒤라 활약을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뚜껑 연 [탐정:더 비기닝]은 제대로 된 코믹 추리 수사물이었는데요. 탐정놀이를 즐기는 만화방 주인과 베테랑 형사의 좌충우돌 추리극이 웃음 폭탄으로 작용했다는 반응입니다.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588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만큼 시나리오가 탄탄한 데다 권상우와 성동일의 조합이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큰 기대 없이 본 관객들이 박장대소 하면서 입소문을 낸 것도 주효했고요. 게다가 국내 대형 배급사 중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은 데다 연휴 마지막날 [사도]가 확보한 930여 개의 스크린 수에 못지않은 760여 개와 1만 회를 넘긴 상영 횟수 덕도 컸습니다.
Q)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추석 스크린도 외국 영화의 공격이 거세지 않았습니까.
A) 그렇습니다. 지난해 추석 연휴와 비교해 보면 올해도 외화 공세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루시] [인 투 더 스톰] [비긴 어게인] 등 외화들이 흥행에 성공했죠. 올해도 대작들이 포진됐습니다. 그 중 할리우드 영화 [인턴]과 [에베레스트]의 선전이 눈에 띄었는데요. 먼저 [인턴]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인터스텔라]와 [레미제라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앤 해서웨이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