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 여성과 베트남 남성이 국경과 체제의 벽을 넘어 30년 넘게 써내려 온 러브스토리가 화제입니다.
이 부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각별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종수 기자입니다.
[기자]
69살의 베트남인 팜 녹 칸 씨와 70살의 북한 여성 리영희 씨가 손잡고 하노이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부가 이처럼 정겹게 함께 살기까지는 31년이란 오랜 기다림과 국경을 넘나든 헌신적인 사랑이 필요했습니다.
23살의 청년 칸 씨는 1971년 북한으로 유학을 갔다가 1살 연상의 리 씨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리영희 씨도 칸 씨의 훈훈한 외모와 배려에 끌려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베트남과 북한 모두 국제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리영희 / 북한 부인 : 만나는 순간부터 슬펐어요.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것.]
유학을 마친 칸 씨는 베트남으로 돌아와 리 씨와 이별해야 했지만 결혼의 꿈을 접을 수 없었습니다.
[팜 녹 칸 / 베트남 남편 : 우리는 사랑을 위해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엔 죄가 없어요. 죽음조차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자신에게 다짐했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이어온 두 사람은 1990년대 말, 북한이 기아로 굶주릴 때 칸 씨가 리 씨와 가족들을 위해 7톤가량의 쌀을 모아 북한에 보낸 것을 계기로 마침내 결혼의 길이 열렸습니다.
칸 씨의 이런 행위를 전해 들은 북한 관리들이 '리영희 씨가 북한 국적만 유지한다면, 결혼해 어느 나라에서 살아도 좋다'며 결혼을 전격 허용한 것입니다.
처음 만난 지 31년만인 2002년, 두 사람은 감격의 결혼식을 올렸고, 지금은 하노이에 정착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국경과 체제를 넘어 결혼에 이른 이 부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각별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리영희 / 북한 아내 : 처음에 김정은 동지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고 했을 때 당장 모든 사람들이 통일이 되고 큰일이 벌어질 걸로 생각했는데 그게 하루 이틀에 쉽게 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어쨌든 좋게 빨리 모든 문제가 풀려갔으면 하지요.]
YTN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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