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성남 '안나의 집'에서 저녁마다 노숙인, 노인들에게 성찬
◈'안나의 집', since 1998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질 정도로 분당은 1기 신도시 중 가장 잘 조성되고 부유한 동네다.
하지만 성남 구도심과 인접한 야탑동은 분당속의 성남으로 달동네 이주민들의 영구 임대아파트가 밀집된 곳이다.
김 신부는 이곳에서 1994년 분당 목련마을 공부방을 열었다.
그러다 1998년 야탑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던 세례명 마테오 형제의 식당에서 그의 권유와 지원을 받아 세상으로부터 소외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급식봉사를 시작했다.
그해 7월 급식소를 열자마자 IMF의 여파로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테오 형제에게 물었다. 왜 봉사를 하느냐."
"그가 답했다.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살고 싶다며 돌아가신 어머니의 세례명이 안나라고 했다."
더 많은 이웃들을 위해 11월 중원구 하대원동 성남동성당으로 터를 옮긴 김 신부는 봉사의 삶으로 인도해준 은인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급식소의 이름을 '안나의 집'이라고 이름을 짓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안나의 집은 그렇게 해서 전국 최초로 저녁 급식봉사를 시작했다.
◈병들고 소외된 이들의 오아시스
안나의 집에는 매일 400~500여 명의 병들고 소외된 이웃들이 찾는다.
1998년 11월 첫 저녁 급식봉사를 시작한 후 그해 연말까지 8,632명이 다녀갔다.
이후 안나의 집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2007년 연인원 10만 명을 돌파했고, 2011년 17만6,370명, 2012년 14만8,035명 등 15년간 총 130만여 명에게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김 신부는 물론 안나의 집 운영요원, 자원봉사 의료진, 미용 봉사자 등 총 5만419명이 노숙인 등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매일 고기, 생선, 채소 등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해 거리의 사람들로부터 최고의 성찬이라는 찬사가 자자하다.
이로 인해 노숙인들은 물론 매일 40~50명의 홀몸노인들도 이 곳을 찾고 있다.
노숙인 A(60)씨는 "안나의 집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며 "진심으로 우리를 환영한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을 이탈리아 출신 신부님이 하고 계신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홀몸노인 B(여·83)씨는 "강동구 마천동에 살지만 거동이 어려운 날을 제외하고 매일 이곳을 찾고 있다"며 "음식에 정성이 배여 있고, 정을 느낄 수 있어 이곳을 찾는다.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했다.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세상을 위하여!
"어느 겨울 안나의 집 문앞에 지쳐보였지만 예쁜 아가씨가 서성이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했더니 배가 고파서 왔단다."
"그날부터 그녀는 안나의 집의 식구로 머물렀다. 시간이 흘러 사회 나갔던 그녀가 어느날 문득 돌아왔다. 그녀는 말없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날 너무 배가 고파서 몸을 팔아 돈을 벌 생각까지 했다. 신부님을 만나서 도움을 받아 이제는 새삶을 살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는 것.
김 신부는 "그 돈은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쓸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안나의 집에서 희망을 느낀다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사랑하고 헌신하고 싶다"며 "안나의 집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