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주말인 11일 유가족과 시민들이 정부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날 밤 11시 30분 현재 경찰은 캡사이신을 뿌리며 유가족 등 행진 참가자들과 6시간 넘게 대치 중이며, 유가족 3명을 포함해 20명을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을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이날 저녁 5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주최 측 추산 8000명, 경찰 추산 2400명이 모인 가운데 ‘기억하라 행동하라 정부시행령 폐기 총력행동’ 문화제가 열렸다.
‘정부시행령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라는 노란색 피켓을 든 채 참가자들이 가득 메운 광장에서는 유가족들의 발언으로 본 행사가 막이 올랐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정부는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느냐”면서 “돈을 언급하며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있다. 600만 국민이 만든 특별법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시행령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실종자를 완전히 수습하고, 진상 규명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고 의무”라면서 “선체 인양에 대한 답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책회의 이태호 공동운영위원장은 “가족을 잃은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원하는 진실은 1년 동안 밝혀지지 않았다”고 발언한 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언급하면서 “반부패 코스프레를 하는, 말끝마다 거짓인 정부를 만나러가자. 다함께 행동하자”고 말했다.
오후 7시부터 유가족들이 선두에 선 채 문화제 참가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지만 경찰은 곧바로 불법집회라면서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이 밟으면 넘어지지 않는, 2m 높이의 뒤집힌 T자 모양의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질서유지선으로 가로막자, 일부 유가족은 질서유지선을 두드리면서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고 경찰의 방패 끝을 잡은 채 "도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느냐"고 외치다 길에 주저앉기도 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한동안 대치한 뒤 오후 8시부터 종로 방향으로 틀어 종각역과 명동, 서울광장을 거쳐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이 과정에서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다시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재개했다.
경찰은 오후 9시 30분쯤부터 캡사이신(최루액) 등을 뿌리면서 같은 장소에서 막아섰고, 행진 참가자 일부는 물병을 던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모두 20명을 연행했다.
한편, 이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도 진행됐다.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과 특별조사위원회는 진도 팽목항과 사고해역을 찾아 참사 현장을 둘러보고 헌화 등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는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서 집중행동 선포식을 열어 세월호 특별법 폐기를 요구하면서 단원고까지 도보행진을 했다.
시인과 소설가 등 문학인들은 광화문광장에서 토론회를 열었고, 참여연대는 종로구 일대에서 ‘엄마 아빠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라는 추모 포스터를 걸고 노란 리본과 배지를 나눠주면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밖에 전국 각지에서도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고, 강원도 속초에서는 청소년들이 모여 인간 리본 만들기와 거리 행진 도중 4분 16초 동안 가만히 있는 퍼포먼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