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뒷얘기를 풀어보는 시간, 백브리핑입니다.
최석호 기자 나왔습니다.
Q1.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죠. 그런데 이번엔 그 불똥이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으로까지 튀었다고요?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가족의 난'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이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의 서울 평창동 집을 찾아가서 언쟁을 벌인 사실이 확인된 건데요,
대화 도중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1-1. 이명희 고문이 다치기도 했다면서요? 폭행도 있었던 건가요?
이명희 고문이 일부 경영진에게 찍어보냈다는 사진입니다.
마루에 파편이 널려 있고요, 다른 사진에는 이명희 고문으로 보이는 사람의 팔에 상처가 난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바닥에 핏자국도 보이는데요.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조원태 회장이 이명희 고문과 언쟁을 벌이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화병이 깨졌고, 파편이 팔에 튀면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Q2. 오너 일가잖아요. 누나랑 경영권 문제로 다툼이 있다면 두 사람이 풀면 될텐데, 어머니까지 찾아가야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
'남매의 난'이 촉발된 이유부터 봐야될 거 같은데요,
지난 4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에 조원태 회장이 한 말이 있습니다.
[조원태 / 한진그룹 회장(4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당시)]
"마음이 무겁습니다. 임종만 지키고 왔는데 앞으로 가족들과 협의해서… 앞으로 있을 일 협의하겠습니다."
짧은 인터뷰였는데, '협의하겠다'는 말이 2차례나 나옵니다.
그런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주장은 조원태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
"앞으로 공동 경영을 해 나가기 위해서 큰 틀에서 협의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부분(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배제하지 않은 것인데요. (조원태 회장 측이) 적극적으로 협의에 응하지 않고…"
지난 23일 있었던 입장문 발표를 두고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이 한 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선제공격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조 회장이 직접 어머니를 찾아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3. 엄마는 왜 내 편 안 들고 누나 편 드냐는 거잖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유가 있는 건가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고문,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죠. 여러번 송사를 겪었다는 겁니다.
[조현아 / 전 대한항공 부사장(2014년 '땅콩회항' 승무원 폭행)]
"여러분께 심려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고성이나 욕설이 있었다는 것 인정하십니까?)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 (사무장 하기는 기장과 합의 하에 이뤄진 것입니까?) 조사 과정에서 답변하겠습니다."
[이명희 / 고문(지난해 직원 폭언·폭행 '갑질의혹')]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 있나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가위나 화분 던지신 거 맞으세요?) 죄송합니다.
(피해자분들 회유 시도한 적 있나요?) 없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외에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성실히 조사 받겠습니다."
지난해 두 사람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과 관련해서 같은 날 재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모녀 관계가 돈독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시 재판이 끝나고요, 이 고문이 딸에게 건넨 말이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미안해. 고생했어."
Q4.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중에 하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만약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 편에 서면 상황이 달라지는 게 있나요?
조원태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입니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결정되는데요, 핵심은 주주 중에 누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입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보면 조원태 회장이 6.52%로 가장 많고,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율이 비슷한데요, 이명희 고문의 지분율도 5%가 넘습니다.
한진일가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이 고문이 캐스팅보트를 쥔 건데요, 고 조양호 전 회장의 부인인 이 고문이 나선다면 다른 주주들의 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권 분쟁 속에서 이 고문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누가 차기 회장이 되든, 한진 일가의 내상은 적지 않을 것 같네요.
백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