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훈민정음 창제 목적은…'사법적폐 타파' 논문 관심

[앵커]

수사와 재판을 받았는데 조서나 판결문이 모두 한자로 돼 있다면 어떨까요.

글자를 몰랐던 조선시대 백성들의 현실인데요.

이를 이용해 관리들이 제멋대로 사법권을 휘두르는 폐단을 막기 위해 한글이 창제됐다는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윤솔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죄수들을 가엾게 여기고 형벌을 조심해서 쓰라'

'회초리를 맞을 죄를 저지른 죄수에게도 함부로 곤장을 가하여 그 때문에 상해를 입는 사람이 있다'

조선시대의 사법적폐는 세종대왕의 큰 고민이었습니다.

백성들이 글자를 모르는 탓에 강압적인 수사를 하거나 과한 형을 내리고,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의 억울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백성의 원망이 쌓이면 하늘이 노해 재난이 일어난다고 믿었던 조선시대.

세종은 관리들에게 명해 죄수를 풀어주면서 국가의 형벌권에 대한 백성의 신뢰를 쌓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세종이 이런 사법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연구 논문이 최근 발간돼 관심을 끕니다.

형사학의 관점에서 본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유' 논문에 따르면 세종은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법관도 백성도 한자로 된 법률을 모르는 데다 백성들이 조서와 증거기록, 판결문 등을 읽을 수 없어 억울함을 호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섭니다.

"내가 뭘 어떻게 잘못해서 얼마나 벌을 받아야 되는 건지 모르고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는…아무리 다른 방법을 백방으로 해봐도 극복이 안 되니까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거죠. 문자를 개량하지 않는 한은 백약이 무효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 후 백성들이 충분히 익히기 전 세종이 세상을 뜨면서 사법적폐는 근절되지 못했다고 연구는 지적합니다.

논문은 형사정책연구 2019 겨울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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