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풍향계] 돌연 후계자로 낙점된 조현범…예정대로 승계한 김남호
[앵커]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는 'CEO 풍항계' 시간입니다.
이번주에는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는데도 그룹 후계자로 지목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과 예정대로 경영권을 승계한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 소식을 배삼진, 한지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그룹 후계자로 낙점됐습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인 조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전체를 넘겨줬기 때문인데요.
조 사장의 지분은 단번에 42.9%까지 뛰면서 그룹 내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죠.
지난해 초 아버지가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이른바 '형제 경영'을 해왔는데, 이런 경영 방식이 깨지게 됐습니다.
조 사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지난 4월 1심에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두 달 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는데도 차기 회장으로 사실상 지목돼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형제의 난'이 일어날 수 있는 관측도 있는데 지분 구도상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형인 조 부회장의 지분은 19.32%.
조 부회장이 누나들의 지분까지 모두 모아봤자 30%대에 그칩니다.
하지만 조 사장에겐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있습니다.
2심에서 실형을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DB그룹에서 이근영 회장이 물러나고, 신임 회장으로 김남호 DB연구소 부사장이 취임했습니다.
김 신임 회장은 DB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이죠.
2세 경영은 예견됐던 일입니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3차례 암수술을 받으면서 건강이 좋지 않아 복귀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 퇴임 이후에는 이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을 이끌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아왔죠.
특히 김 신임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계열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아버지가 24세의 나이로 창업해 50년간 일군 DB그룹.
한때 재계 10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굴지의 사업능력을 보였는데, 현재는 40위권에 걸쳐 있죠.
김 신임 회장의 경영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입증되지 않았는데, 지켜보겠습니다.
'24시간 배터리만 생각한다'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분기에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죠.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조7,752억원으로 역대 최악의 기록과 비교하면 4배 이상입니다.
2분기 실적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 손실이 발생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 3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배터리 사업 분야의 적자 폭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올해 4월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장에서 사용량 기준 전 세계 5위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을 전통적 굴뚝업종으로 통하는 정유화학회사에서 배터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죠.
하지만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발목이 잡힐 수 있습니다.
판결은 10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SK이노베이션이 코너에 몰렸다는 관측이 많은데 패소할 경우 미국 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앞길은 험난합니다.
아버지는 차남 신동빈을 선택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발견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더 강화됐습니다.
신 명예회장의 일본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유언장은 2000년 3월에 자필로 작성됐고, 서명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동빈 회장을 롯데그룹 후계자로 지명한다는 내용과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하죠.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일본 롯데주총에서 롯데홀딩스 사장과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지배구조를 강화했습니다.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마침표가 찍힌 모양새입니다.
출발은 일본에서 했지만, 꽃은 한국에서 피운 롯데그룹.
하지만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일본 기업으로 인식돼 힘든 시기를 겪고 있죠.
임직원은 물론 국내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재계 최고경영자의 세대 교체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1세대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그 다음 세대는 발전시킬 책임이 있는데요.
'세습 경영'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 만큼 개선책 고민도 필요해보입니다.
이번 주 CEO풍향계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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